나는 영화광도 아니고, 영화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다. 안면인식 장애가 살짝 있어서 여성 주인공이 머리나 옷을 조금만 바꾸어도 가끔 영화 전체의 맥락이 흐트러지기 일쑤다.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이명을 느끼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 극장에 갔다. 덕분에 코로나 전에는 수년간 1년에 거의 50편 가까운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 그런 이유로 본 영화가 아니라, 영화 보며 주인공을 멘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최애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1962년에 제작된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를 선택한다. 몇 살에 영화를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한 건 영화를 볼 당시 나는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온 그레고리 팩이 주연했기 때문에 보았다. 문학적 감성과 눈치가 별로 없었지만 나는, 새장 속 앵무새가 왜 죽어야 하는지는 궁금했다. 영화 ‘앵무새 죽이기’에서 앵무새를 뜻하는 영어 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