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따지고 보면 저 때는 물리적인 폭력이 없긴 했다. 두려움이라는 폭력이 있었지만, 사람에 대한 어떤 긍정의 한모서리를 쥐고 있는 건 그때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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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기억되는 두 친구, P와 J
중학교 때, 좀 놀던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좀 놀던 친구들과 잘 못 노는 친구들 사이를 왔다 갔다 기웃기웃했다.
좀 노는 친구들이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으스대던 모습도 나쁘지 않았고,
잘 못 노는 친구들의 지질함이나 순진함도 좋았던 것 같다. 중학교 때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다. 지금 키는 그때와 비슷하다.
좀 노는 아이들은 체구가 큰 편이다.
나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말썽도 많이 피우던 학생이었고,
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전학 왔다.
옆으로 그윽하게 벌어진 고요한 눈이 게이샤 같은 인상적인 아이였다.
이름은 P. 그녀는 전학 첫날 얌전하고 순한 미소로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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