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나는 26살에 결혼해서 28살 즈음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27살에 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했고, 30살에 결혼을 했고, 32살 생일을 코앞에 두고 난임판정을 받아 시험관시술을 시작했다.
인생은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가 보다.
달콤한 신혼 생활을 즐기면서 딱히 피임 한 번 한 적 없었고, 산부인과를 내과 가듯 자주 다니며 별다른 이상도 없었지만 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자궁내막을 깨끗하게 해주는 자궁내시경도 했고, 나팔관 조영술을 했고, 나팔관 폐쇄를 진단받았고, 자궁기형(단각자궁) 진단을 받았으며, 내 난소 나이는 48살 띠동갑을 훨씬 웃도는 나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자궁과 내 몸은 임신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하지만 임신이라는 주제를 적용해 보자면 한없이 하자가 많은 몸이었다.
곧 폐경이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비정규직 시절부터 정규직까지 근 8년을 근무한 직장에 난임휴직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