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경찰서에 수사관 접견을 가는 길이었는데, 도로에 널브러진 자동차들이 보였다. 도로 한 가운데 차가 그냥 세워져 있기도 하고, 양옆에는 버려지다시피 한 차들이 몇 십대는 있었다.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고, 지난밤 폭우의 영향이라는 것은 계속되고 있었다.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수해를 입은 자동차만 수천대라고 한다.
걔중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건 거의 만신창이로 버려져 있는 1톤 트럭들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한 전재산에 가까울지 모를 트럭도 있을 것이다. 그런 트럭을 버리고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탈출해야 하는 심정이나 긴박함이 어땠을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누군가에게 이 기록적인 폭우는 분명 더 가혹할 것이다. 그런데 이 가혹함도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스산함을 느끼기도 했다.
유럽의 기록적인 폭염, 전 세계적인 가뭄, 우리나라의 폭우, 호주의 산불,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녹고 있는 빙하, 이 모든 것이 '기후위기'를 가리키고 있다. 물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