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의 입춘, 봄이 시작되다.
2022년,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혼자서는 쓰기도 읽기도 재미없으니까 친구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내게 할당된 주제는 24절기 중 입춘. 상상력은 무한하게 뻗어 나가다가 쪼그라들기를 반복한다. 입춘의 사전적 의미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그 의미가 무색하게도 매섭게 추운, 게다가 겨울이라고 세계적으로도 공인된 이 시기―동계올림픽을 4년마다 이맘때 하지 않는가!―를 과연 입춘이라 부르는 게 맞는 것인가, 농경사회는 대체 어떠했던 것인가 하며 괜히 조상들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가만히 눈을 감고 10년 전의 나를 호출한다. 처음으로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던 해다. 서울시민대학에서 주관하는 모임이었다. ‘나를, 세상을 위한 글쓰기’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다. 10주 동안 꼬박꼬박 글을 쓰고 그것을 기꺼이 서로에게 공개할 의지가 있는 시민들이 모였다. 처음 다섯 번은 자신에 대한, 이후 다섯 번은 사회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다.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