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도시의 계절
도시의 계절 · 도시의 절기에 관한 에세이
2022/05/31

무해의 입춘, 봄이 시작되다.

 2022년,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혼자서는 쓰기도 읽기도 재미없으니까 친구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내게 할당된 주제는 24절기 중 입춘. 상상력은 무한하게 뻗어 나가다가 쪼그라들기를 반복한다. 입춘의 사전적 의미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그 의미가 무색하게도 매섭게 추운, 게다가 겨울이라고 세계적으로도 공인된 이 시기―동계올림픽을 4년마다 이맘때 하지 않는가!―를 과연 입춘이라 부르는 게 맞는 것인가, 농경사회는 대체 어떠했던 것인가 하며 괜히 조상들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가만히 눈을 감고 10년 전의 나를 호출한다. 처음으로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던 해다. 서울시민대학에서 주관하는 모임이었다. ‘나를, 세상을 위한 글쓰기’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다. 10주 동안 꼬박꼬박 글을 쓰고 그것을 기꺼이 서로에게 공개할 의지가 있는 시민들이 모였다. 처음 다섯 번은 자신에 대한, 이후 다섯 번은 사회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다. 전체 수강생들은 다시 몇 개의 조로 나뉘어 매주 주제에 따라 글을 쓰고 다른 조원의 글에 합평해야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강의장에서 시인인 교수자가 전체 수강생 앞에서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 피드백을 주었다. 처음 접하는 이 낯선 환경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깊은 상처를 꺼내놓았다. 그리고 한번 꺼낸 상처는 더 상처가 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돈을 써서도 얻을 수 없는 해방감을 글을 써서 얻다니, 남는 장사를 한 기분이었다. 나는 글이 갖는 치유의 힘을, 글로 만나는 사람들 간에 쌓이는 신뢰의 힘을 믿게 되었다. ‘함께하는’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20년 전에도 나는 쓰고 있었다. 마음의 고통이 몸으로 느껴질 만큼 열렬한 짝사랑에 빠졌다. 평생 느낄 애정의 3분의 1 정도는 이미 이때 다 써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절대적이고 강력하며 파괴적인 감정이었다. 부치지 못할 사랑의 시를 밤마다 썼다. 세상 가장 멋진 그 ‘오빠’가 내 옆에 있다고 상상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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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잃은 도시에서 계절을 찾는 여자 넷 무해, 진리, 예슬, 밤바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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