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기분이 가라앉는 사람은 그 기분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안다.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안다. 긴 시간 이어진 우울감의 원인을 나는 알고 있다. 매사에 의욕이 없다는 것. 무기력하다는 것. 뿌리를 따라 내려가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세상이 나를 찾지 않는다는 것.
신간을 발표한 지 넉 달이 지났는데, 책에 대한 반응은 미비하다. 모든 책이 잘될 리 없는 현실에 수긍하면서도 점점 작아지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나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욕심은 있다. 너무나 소박한 욕심이라고 믿기 때문에 가뿐히 이뤄질 거라 기대하는 욕심쯤, 다들 품고 살지 않는가.
20년째 글을 써왔지만 글이 뭔지 모르겠다. 책이 뭔지 모르겠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생각할 여유도 없던 의문이 매일 이어진다. 글을 모르겠으면 써보면 되고, 책을 모르겠으면 읽으면 될 텐데 여의치 않다. 쓸 수도, 읽을 수도 없다. 거짓말이다. 쓰기 싫고, 읽기도 싫다. 너무 멋져서 입이 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