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무엇이라 칭하면 좋을까.잠시 소풍을 왔다가 하늘로 돌아간 천상병같지도 않았고, 정인의 혼이나마 불러 들이고 싶던 김소월 같지도 않았고, 동화처럼 아득한 고향을 그리던 정지용 같지도 않다.그런데 그는, 그의 시는,
마치 오랫동안 사랑의 열병을 앓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린 옛 연인의 망령같은 슬픈 기억처럼 온통 마음을 뒤 흔든다.
어두침침하다가 희망을 노래하는 기이한 詩들. 산문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변의 일상과 함께 늘어 놓다가(오후 4시의 희망, 장밋빛 인생, 그 날,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포도밭 묘지) 정률화 된 노래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쓸쓸한 말을 노래처럼 적는다. (질투는 나의 힘, 노인들, 빈 집)앞에서 언급한 노래처럼 적힌 절망과 어두움의 힘은,오히려 그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맹렬한 가쉽거리를 선사하듯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 생채기를 냈다. 오히려 희망을 노래하는 반전이 되는 그의 절망.“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중략) 잘 있거라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