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떡볶이집과 제과점 사이로 할머니 한 분이 쪼그려 앉아 계셨어요. 풋고추 조금, 고구마 조금, 감자 조금... 아무도 사 갈 것 같지 않은 채소를 놔두고 파시길래, 얼마냐고 물었더니 이만큼을 2천원에 가져가라고 하시더군요.
갑자기 얼룩소의 1만 원이 생각나서 1만원 드리고 몇 개만 골라서 넣고 거스름돈 받지 않고 가져왔습니다. 아이구야 그럼 이거 다 가져가, 더 가져가!..라고 하시더군요. 그 동네 식당서 한 끼를 먹으려 해도 몇 천원으로는 힘든데.
몇십 글자 글을 써서 1만원을 벌 수 있는 세상은 할머니에겐 완전히 다른 세상이겠죠. 말과 글이 허공에서만 소비되지 않고 크고 작은 행동으로 생산되기를,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낮은 곳까지 더 많이 닿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