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누군가 "결혼은 언제 할 거야?" 물어보면, "서른 전에는 하겠지." 라며 해맑게 대답하곤 했다. 그때는 그랬다. 인생이 그저 생각한 대로만 흘러갈 거라 철석같이 믿었으니까. 꼭 결혼에 대한 얘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 시절에는 미래에 대한 질문에 항상 그런 식이었다. 장래희망에 대해 물으면 모두가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았는데, 대답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그것이 이뤄진 듯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어린 날의 특권이었다.
어린 시절 내가 생각했던 결혼도 그랬다. 30살만 넘어가도 노총각 딱지가 붙던 그 옛날에 나는 죽어도 노총각 소리는 듣기 싫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서른 살 전에는 할 거라고, 그때까지는 꼭 하고 싶다고 다짐하면서 질문들을 상대로 순진한 응수를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어렸을 때 했던 얘기들을 까맣게 잊은 상태로 서른 살을 맞았다. 그때도 똑같은 질문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결혼은 언제 할 건데?" 이미 결혼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