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깊어지더라도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것이 사람 관계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 우리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함께한 시간이 관계를 유지하는 척도가 되진 않는다는 말처럼 다가와서 처음에는 허무함 마저 느껴졌다.
연인에게 함께한 시간 동안 들인 애정과 정성이 한꺼번에 부정 당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얼마 전에 겪은 이별 앞에서도 속수무책으로 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가 들인 시간과 정성에 대한 알량한 보상심리 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말 한마디에 쉽게 무너지는 것이 사람 관계라서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가 멀어지지 않도록 더 주의해야 했던 것이었다.
애정은 이유 없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상대방에게 무심결에 한 행동과 말들이 겹겹이 쌓여서 그 관계를 무너트리는 것이다.
찰랑 거리면서 아슬하게 차오른 물잔 위에 물 몇 방울이 더해지면 이내 넘쳐 흐르듯이, 말이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