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 피로가 몰려올 무렵, 사내 메신저 불이 깜박입니다. 네모난 창이 모니터 안에 나타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네 한 바퀴?'란 글자를 만들어 보냅니다.
일종의 작당 모의요, 월급루팡입니다. 더욱 원초적인 말로는 땡땡이라고 하죠. 얼마 전부터 옆 부서 동료와 그 시간이 되면 둘이서 크게 회사 주변을 돕니다. 한 손에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회사 힘든 이야기, 사춘기 아들 속을 썩이는 이야기 등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합니다.
요즘은 날이 너무 좋아, 길가의 나무들에 핀 단풍이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이네요. 그러다 푸른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면, 멋진 광경에 말문이 막히곤 합니다. 뭐 그리 바쁘다고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도 없었는지요.
늘 사무실 책상에 앉아 좁은 모니터 앞에 타닥타닥 키보드를 치며 어깨 펼 시간조차 없는데, 밖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짧은 산보지만 그 시간이 정말 감사하고 좋네요.
사실 하나 더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