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리드 누네즈'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고통받는 사람을 보며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둘째, 내겐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전자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고된 시간을 견뎌내고, 후자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고 했다.
제주 4.3사건의 유가족이 아직까지도 생선을 먹지 못하는 것을 알았을 때, 영화 '벌새'에서 은희가 한문 선생님을 찾아다닐 때, 세월호로 떠난 아이의 생일 시를 읽었을 때,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인터뷰에서 자신의 가족에게 평생 '남길 유'의 한자어가 붙을지 몰랐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리고 이 영화를 보았을 때 아주 짧은 슬픔들이 오갔다.한국인이 불행한 이유를 다룬 한 칼럼을 보았다. 한국의 현대사는 트라우마로 가득하다. 우리 주변에는 일제강점기, 전쟁, 군사 독재를 거치며 가족을 잃지 않아본 이들이 몇 없고, 공장에서 손발을 잃거나, 월남전에서 병을 얻어 돌아온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