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퇴근이 빨랐다. 20시에 집에 떨어졌다. 아차, 애매한 시간인데. 아내에게 저녁식사 여부에 대한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 보통 이정도 타이밍에 퇴근하면서 저녁을 먹지 않은 경우라면, 사전에 보고를 하는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 맞다. 근데 못했다. 하루종일 바쁘게 일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 (다행히 꾸사리 안먹었다)
"저녁 뭐 뭇노"
"애들 삼겹살 쪼까 꾸워줏다"
"나도 쫌 꾸워도"
"다뭇다"
냄비에 먹다남은 카레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카레이기 때문에 삼겹살 대신 카레와 밥을 2그륵 먹었다.
여기까지 약 5분정도 소요되었다. 둘째가 일찍 잠들어서 자고있었다. 옆에 누워서 10분 정도 자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커가면서 바뀌긴하지만 아이들은 복식호흡을 한다. 새근새근 숨소리에 맞춰서 배가 뿔룩해졌다가 다시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아이가 자는 모습을 이렇게 본적이 있었던가. 숨을 쉬고 배가 차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늘 지금처럼 몸도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