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베스트셀러 표지
2024/01/10
“당연히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신작 아닌가요?”
“서평단 신청할 때만 해도 전혀 몰랐습니다.”
지난 8일, 쌤앤파커스 출판사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신간 『벌거벗은 정신력』의 서포터즈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첫 독자를 찾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공개된 『벌거벗은 정신력』 표지는 지난해 4월 출간된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과 디자인이 지나치게 유사하다. 제목, 서체, 부제, 구도, 띠지까지. (『벌거벗은 정신력』은 요한 하리의 신작이 아닌 2018년에 국내에서 이미 출간된 『물어봐줘서 고마워요』의 개정판이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출간한 어크로스 대표는 1월 9일 쌤앤파커스 담당자에게 전화해 “확정된 표지가 맞는지?”를 물었고 담당자는 “확정이다. 외국 저작권사 확인까지 받았다”고 답했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디자인한 [★]규 디자이너 역시 출판사 쌤앤파커스 공식 채널에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현재까지 직접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 사건이 기사화되고 쌤앤파커스는 한 언론을 통해 “어크로스 측과 담당 디자이너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리고 싶다. 표지는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현재로서 별도 연락을 없는 상황이다. 『벌거벗은 정신력』은 이미 상세 페이지도 온라인에 공개한 바 있다.
제목, 표지 디자인을 어느 정도 참고는 할 수 있습니다. 유행이면 좀 비슷하게 나올 수도 있고요. 제목과 표지를 고민할 때 기존에 나온 책들을 참고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제목의 형태, 표지의 모양, 심지어 띠지까지. 의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 담당 편집자)
책을 만들 때 여러 디자인 시안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을 산만하게 만드는 집중력 도둑을 그대로 그림으로 활용한 표지, 출간된 버전과 같은 폰트 위주의 색감을 잘 쓴 표지 등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표지라는 게 늘 베스트가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시안에서 뽑았을 때 오히려 더 잘 되는 경우가 많아서요. ‘완벽한 그림이 아니면 폰트로 가자. 대신 형광빛 색감을 강렬하게 해서 정말 집중력 도둑맞을 것처럼 가보자’해서 만들어진 표지입니다. 디자이너와 출판사가 오랫동안 고민해서 만든 작업물입니다. 홀라당 표절한 건 출판사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디자이너에 대한 모욕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도둑질이니까요. (『도둑맞은 집중력』 담당 편집자)
인하우스 북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K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북디자이너 사이에서 이번 사건은 굉장히 화제다. 이유는 모두가 공감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표절이 가능하다고는하지만 책이라는 제품의 성격상 애매한 경우가 많다. 비교적 선형적인 특징을 가진 음악의 표절 규정은 몇 마디를 단위로 비교할 수 있지만, 한 면을 한 번에 볼 수밖에 책은 표절의 범위를 구분 짓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이 건이 표절로 분류되는 것은 의도가 명백하고 투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 의도가 너무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K씨는 “안타깝게도 이 건을 비롯한 표절 시비는 몇몇 있었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책이라는 물성이 가진 고유의 특성 때문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같은 저자, 비슷한 주제, 시대의 흐름 및 유행 등 때문이다. 결국 창작자의 양심에 기대는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은 디자이너에게만 의무가 있었다면 이번 건은 이 책을 제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창작자의 범위 안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판인 J씨는 지난해 비슷한 사건을 겪었다. 표지 디자인은 조금 다르지만, 같은 주제와 콘셉트를 잡은 책이 1년 간격으로 타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 J씨는 “두 책을 비교해보니 콘셉트, 구성, 본문 내용에서도 유사성이 다수 발견됐다. 또 두 책의 그림작가는 동일인이다. 그림작가와 최초 계약 시, 같은 주제의 유사한 책에는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작가는 크게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고 밝혔다. J씨는 현재 형사 고소를 진행 중이다.
한편 『도둑맞은 집중력』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의 저서로 2023년 12월 기준, 18만 부가 팔렸고 예스24 독자들이 선정한 ‘2023 올해의 책’ 1위로 선정되는 등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쌤앤파커스에서 결국 표지 바꿔서 내긴했네요. 해당 출판사 불매해야할 것 같습니다.
분명한 디자인 도용과 표절이니 손해배상을 받아야.
조용하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점에 가면 똑같은 디자인 표지가 너무 많습니다. 출판사가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독자들을 착각하게 만들어서 책만 많이 팔려고 하는 출판사는 이제 관심을 끊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무엇보다 책을 패키징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을 다 버리고 오로지 마케팅 방향(동 저자의 베스트셀러에 기대서 판매하겠다는 전략)만 고려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는 책을 쓴 저자와 잘못된 정보로 책을 선택하고 읽을 독자에 대한 기만이니까요. 원제나 책의 내용과 전혀 무관한 제목, 타사 도서를 그대로 베낀 디자인... 이 모든 것이 보여주는 태도는, 아무나 잘못 보고 걸려서 사기만 해라, 그 후에 읽든 말든, 읽고 예상한 내용과 달라 실망하든 욕을 하든, 우리는 아무 상관 없다는 무책임한 태도지요. 책은 사실 신뢰를 먹고사는 매체입니다. 다른 매체에 비해 얼토당토 않게 신뢰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그걸 노리고 개인의 작은 이익을 위해 이런 기만적인 행위를 자꾸 반복한다면 얼마 안 가 신뢰고 뭐고 다 사라지겠지요. 단순히 디자이너나 해당 출판사에만 사과하고 넘어갈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우후죽순 일어나는 일을 가만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제목도 너도 나도 따라하고, 디자인도, 글의 풍도 점점 비슷해지더군요. 그걸 벤치마킹이라며 당연하게 말하는 업계 분들도 계시던데, 양심을 떠나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오로지 매출이 중점이 된 이 업계가 문제일까요. 출판계가 조금 더 무게가 있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din 조심성의 문제라기보다 의도적으로 같은 저자의 유사한 표지로 홍보 마케팅을 노린게 아닌가 싶은데. 백번 양보해 그럴수 있다 치지만 기존 표지를 만든 디자이너, 그 표지로 책을 만들고 알리고 1년 동안 많은 독자와 만날 가교 역할을 한 출판사, 어디에도 언급이 없이 이런 상황까지 왔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응원 감사드립니다.
@Mee119 책 담당 어크로스 출판사 편집자입니다. 현재 쌤앤파커스 측에서는 표지를 내리고 교체하겠다고 언론에 이야기를 했기에...(저희는 아직 어떤 사과나 연락을 받지 못했지만요), 해당 표지로 출간되지 않는 이상, 법적 다툼으로 가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출판계 전반이 이 문제를 계기로 저작권에 대해 더 주의하고 한번 더 생각할 계기가 되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같은 출판사의 신간으로 착각하게 만들었으니 쌤앤은 공식 채널을 통해 독자에게도 사과를 해야 할것 같네요.
표지 디자인 표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반복되고 있었고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보면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대놓고 이렇게 했다는 건 관행이었다는 건데. 출판사들도 문제가 많았네요. 처벌이 온당하지 않으니 아무렇지 않게 저런 짓을 하는 게 아닐까요. 동종업계에서 유야무야 넘기지 말고 이번 기회에 관행을 뿌리뽑았으면 좋겠네요.
@Mee119 책 담당 어크로스 출판사 편집자입니다. 현재 쌤앤파커스 측에서는 표지를 내리고 교체하겠다고 언론에 이야기를 했기에...(저희는 아직 어떤 사과나 연락을 받지 못했지만요), 해당 표지로 출간되지 않는 이상, 법적 다툼으로 가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출판계 전반이 이 문제를 계기로 저작권에 대해 더 주의하고 한번 더 생각할 계기가 되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이
도둑맞은 표지가
되어버렸네요.
개인적으로는 책은 다수가 모여 만드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창작자 한 명의 양심 문제보다 유명 서적과 디자인 유사성이 높아 보이는 디자인 시안이 책 제작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실제 출판까지 되어버린 부분이 아쉽습니다. 프로세스 개선도 필요해보이구요.
편집자께서도 매우 속상해하실 것 같고, 대응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으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응원의 목소리를 보태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사건이 실제 출판업계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인지도 궁금합니다.
집중력만 도둑맞은 것은 아니네요.
제가 보기엔, 무엇보다 책을 패키징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을 다 버리고 오로지 마케팅 방향(동 저자의 베스트셀러에 기대서 판매하겠다는 전략)만 고려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는 책을 쓴 저자와 잘못된 정보로 책을 선택하고 읽을 독자에 대한 기만이니까요. 원제나 책의 내용과 전혀 무관한 제목, 타사 도서를 그대로 베낀 디자인... 이 모든 것이 보여주는 태도는, 아무나 잘못 보고 걸려서 사기만 해라, 그 후에 읽든 말든, 읽고 예상한 내용과 달라 실망하든 욕을 하든, 우리는 아무 상관 없다는 무책임한 태도지요. 책은 사실 신뢰를 먹고사는 매체입니다. 다른 매체에 비해 얼토당토 않게 신뢰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그걸 노리고 개인의 작은 이익을 위해 이런 기만적인 행위를 자꾸 반복한다면 얼마 안 가 신뢰고 뭐고 다 사라지겠지요. 단순히 디자이너나 해당 출판사에만 사과하고 넘어갈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처음에는 같은 출판사에서 동일한 작가의 연작으로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두 출판사 모두 한국에서 꽤 크고 영향력도 강한 것으로 아는데 이런 문제가 불거져 실망입니다. 요즘 책표지가 마케팅 포인트로 정말로 중요하게 취급되고, 독자들도 표지를 보고 좋은 인상을 받고 책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표지 디지안 표절한 출판사가 너무 날로 먹었네요. 원작자도 이 사건을 인지하게 되면 유감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후죽순 일어나는 일을 가만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제목도 너도 나도 따라하고, 디자인도, 글의 풍도 점점 비슷해지더군요. 그걸 벤치마킹이라며 당연하게 말하는 업계 분들도 계시던데, 양심을 떠나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오로지 매출이 중점이 된 이 업계가 문제일까요. 출판계가 조금 더 무게가 있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현직디자이너입니다. 저를 포함해 모두 반성하고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성합니다. 독자분들 죄송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똑같이 하고서 책을 낼 생각을 했는지, 책을 만들 자격이 있는 편집자, 디자이너, 출판사인지 의심스럽네요. 이런 일들이 생기면 이제는 출판사들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지난난 싸움이겠지만, 힘들다고 포기하면 이런 일들은 점점 비일비재해질 것입니다.
조용하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점에 가면 똑같은 디자인 표지가 너무 많습니다. 출판사가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독자들을 착각하게 만들어서 책만 많이 팔려고 하는 출판사는 이제 관심을 끊겠습니다.
@Edin 조심성의 문제라기보다 의도적으로 같은 저자의 유사한 표지로 홍보 마케팅을 노린게 아닌가 싶은데. 백번 양보해 그럴수 있다 치지만 기존 표지를 만든 디자이너, 그 표지로 책을 만들고 알리고 1년 동안 많은 독자와 만날 가교 역할을 한 출판사, 어디에도 언급이 없이 이런 상황까지 왔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응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