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론가가 이 영화를 안 봤어요?" 그래서 봤습니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5/10
지나치게 되는 영화가 있다. 한 해 개봉하는 영화만도 2000편이 넘는 한국에서 영화평론가가 모든 작품을 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마저 유명세를 얻지 못해 전업을 할 수 없는 대다수 평론가는 한 달에 채 열 편의 신작을 보는 일도 버거워하고는 한다. 자연히 초청받는 모든 시사회에 갈 수도 없는 노릇, 가까이 알고 지내거나 특별히 관심 가는 영화 몇 편을 보는 것이 고작일 때가 많다.
 
보는 영화보다는 걸러내는 영화가 훨씬 더 많은 것이 평론가의 삶이다. 때로는 제법 이름이 있고 규모가 큰 작품을 걸러낼 때도 있겠다.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과 그냥 지나쳐도 될 작품을 구분하는 노하우가 작품을 읽어내는 눈만큼이나 정밀해진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러나 흘려보낸 모든 작품이 보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 이따금은 흘려보낸 작품이 의외의 담론을 빚어낸다거나 영화사에 남을 법한 성취를 이루기도 한다. 그보다는 못하여도 특별한 감상을 자아내는 작품을 수도 없이 마주한다. 그런 경우 어느 자리에서 대화를 나눌 때면 영화평론가가 어떻게 그런 영화를 안 보았을 수 있느냐고 타박을 받게 되기도 하는데, 지난 한 해로 치자면 내게는 <듄>이 꼭 그런 영화였다.
 
▲ 듄 포스터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드니 빌뇌브와 마니악한 SF의 만남

<듄>은 할리우드가 야심차게 제작한 블록버스터 SF영화다. 어느덧 할리우드의 기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드니 빌뇌브의 연출작이기도 하거니와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콜먼의 존재감은 어느새 할리우드의 얼굴이 되었다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커진 상태다.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 또한 마니아 층 사이에선 전설적인 작품이니, 이를 마치 SF판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 못해도 <트와일라잇> 정도의 명성을 가진 시리즈가 되리라고 여긴 이가 무척 많았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현재 상영 중인 두 편만 놓고 보자면 시리즈는 전설과 잊힐 대작 사이 애매한 위치쯤에 머물고 있는 듯 보인다. 제작사인 워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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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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