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상상]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유인원의 플라워 파워

허남웅
허남웅 인증된 계정 · 영화평론가
2024/04/06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이하 ‘진화의 시작’)은 1968년에 프랭클린 J.샤프너가 연출한 <혹성탈출>의 프리퀄로 알려진다. <혹성탈출>의 그 유명한 결말, 모래사장에 파묻힌 반 토막 난 자유의 여신상이 보여주는 것처럼 뉴욕은, 지구는 어떻게 멸망했는지, 그리고 인간을 대신해(?) 지구의 주인이 된 유인원들이 어떻게 지능을 갖게 됐는지를 밝혀나가는 것이 <진화의 시작>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영화를 연출한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은 이 모든 이야기를 한꺼번에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일단 <진화의 시작>을 통해 유인원이 지능을 갖게 된 경위, 즉 ‘진화의 시작’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다. 영화의 결말을 보게 되면, 인간과 유인원은 각각 편을 갈랐을 뿐이지 본격적인 대립 양상은 차후로 돌려놓는다. 결국 <진화의 시작>은 오리지널 <혹성탈출>과 그 사이에 또 몇 편의 작품을 남겨놓은 셈이다.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은 지능을 갖춘 유인원이 인간과 대립한다는 오리지널의 설정을 느슨하게 가져오되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진화의 시작>을 구성했다. 인간의 폭력적인 문명에 반발한 유인원들이 그들만의 제국인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이에 대해 <진화의 시작>과 <혹성탈출>은 전혀 다른 영화라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의견을 달리하는 편이다. 문명을 대표하는 인간과 자연을 대표하는 유인원이 편을 나누는 결말을 보면서 <진화의 시작>이 <혹성탈출>이 보여줬던 세계관을 충실하게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인간vs유인원, 문명vs자연
과학자 윌 로드만(제임스 프랑코)은 알츠하이머 치료약 개발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에게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존 리스고)가 있어서다. 그러나 실험 중 원숭이 한마리가 난동을 부리면서 임상실험은 중단된다. 좌절하기를 잠시, 윌은 문제의 원숭이가 낳은 새끼를 몰래 집으로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다. ‘시저'(앤디 서키스)라고 이름붙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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