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상상]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타란티노의 슈퍼히어로물
2024/03/25
실제로 등장하지는 않아도 쿠엔틴 타란티노가 슈퍼히어로물을 만드는 태도로 임한 흔적은 영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영화의 엔드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마지막 사운드트랙 ‘Batman Theme’이다. 이 곡은 1966년 미국 TV 시리즈로 방영된 <배트맨> 주제곡으로 ‘배트맨~’ 합창하는 소리가 우리 귀에도 꽤 익숙하다. ‘Batman Theme’이 들어간 <배트맨> 사운드트랙은 Sun Ra Arkestra와 The Blues Project의 멤버가 참여한 앨범으로 따로 발매되기도 했다. 앨범의 제목은 <배트맨과 로빈 Batman and Robin>이다. <인 할리우드>는 타란티노가 연출 경력 최초로 실화 소재를 다뤘다고 해서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도 주인공으로 가상 인물인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콤비를 내세운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릭은 한물간 액션 스타다. 왕년에는 주로 서부극에 출연하며 명성을 얻었다. 지금은 액션물의 악인 연기로 근근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클리프는 릭의 더블보디, 즉 스턴트 대역이다. 릭이 일이 없으니 클리프도 지금은 스턴트 휴업 상태다. 그래도 릭의 옆에 붙어 궂은일을 도맡아 하기도, 적적해할 때는 말 상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할리우드 내 지위로는 릭이 위에 있어도 인간관계에서 클리프는 릭의 멘토, 아버지, 우리 형, 배트맨 같은 존재다.
배트맨은 ‘다크 나이트 Dark Knight’, 어둠의 기사다. 가면을 쓰고 정체를 숨기며 한(?) 많은 사연을 속에 품은 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클리프도 자신을 숨긴 채 서부극에서 영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