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상상] <오블리비언> 당신의 집은 어디인가요

허남웅
허남웅 인증된 계정 · 영화평론가
2024/04/22
<오블리비언>(2013)은 꽤 좋은 평가를 얻은 작품이다. 감각적인 이미지와 달리 공허한 이야기로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던 조셉 코신스키의 전작 <트론: 새로운 시작>(2010)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변화다. 그렇다고 해서 <오블리비언>이 뭔가 대단히 독창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를 펼쳤다는 얘기는 아니다. <토탈리콜>(1990,2012) <매트릭스>(1999) 등의 영화와 필립 K. 딕의 소설 등 SF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꽤나 익숙한 편에 속한다.

2077년 현재 인류는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핵을 사용했다가 멸망한 상태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잭 하퍼(톰 크루즈)는 빅토리아(안드레아 라이즈보로)와 함께 지구 상공 위에 거처를 마련하고 정찰병의 임무를 수행 중에 있다. 전투로봇 ‘드론’을 수리하고 관리하는 한편 지구에 숨어있는 정체불명의 세력으로부터 바다 위의 발전 탑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던 중 우주선 한대가 지구에 불시착한다. 이를 조사하던 잭은 자신을 알고 있는 줄리아(올가 쿠릴렌코)를 만난다. 이를 계기로 그는 자신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물론 이것이 사실일 리 없다. 제목이 힌트다. <오블리비언>은 바로 ‘망각 Oblivion’을 의미한다. 스포일러 노출을 무릅쓰고 (그러니 주의!) 얘기하자면, 잭(과 빅토리아)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착각하지만, 실은 외계문명이 지구에 숨어 저항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복제한 인간이다. 잭의 정찰병 유니폼에는 ’49’, 그러니까 잭의 마흔 아홉 번째 복제라는 표식이 새겨져 있다. 대신 그는 인간으로 살았던 과거의 기억을 의도적으로 ‘망각’하도록 세팅된 상태다. 그 와중 순수한 ‘인간’ 줄리아의 출현으로 잭은 각성을 이루는 것이다.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는 지점은 잭 하퍼의 망각과 관련한 부분에서 생겨난다. 잭 하퍼의 정체는 무엇인지? 영상으로만 존재하는 샐리(멜리사 레오)라는 이름의 ‘빅 브라더’의 존재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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