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써서 먹고사는 삶] 1. 마음에 담은 사진 한 장

김신회
김신회 인증된 계정 · 전업작가. 개와 살며 글을 씁니다.
2024/03/28
툭하면 기분이 가라앉는 사람은 그 기분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안다.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안다. 긴 시간 이어진 우울감의 원인을 나는 알고 있다. 매사에 의욕이 없다는 것. 무기력하다는 것. 뿌리를 따라 내려가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세상이 나를 찾지 않는다는 것.

신간을 발표한 지 넉 달이 지났는데, 책에 대한 반응은 미비하다. 모든 책이 잘될 리 없는 현실에 수긍하면서도 점점 작아지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나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욕심은 있다. 너무나 소박한 욕심이라고 믿기 때문에 가뿐히 이뤄질 거라 기대하는 욕심쯤, 다들 품고 살지 않는가. 

20년째 글을 써왔지만 글이 뭔지 모르겠다. 책이 뭔지 모르겠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생각할 여유도 없던 의문이 매일 이어진다. 글을 모르겠으면 써보면 되고, 책을 모르겠으면 읽으면 될 텐데 여의치 않다. 쓸 수도, 읽을 수도 없다. 거짓말이다. 쓰기 싫고, 읽기도 싫다. 너무 멋져서 입이 떡 벌어지는 누군가의 글을 마주할 용기도 없고, ‘이 책은 왜 인기가 많은 건데?’라며 배배 꼬인 채 남의 책을 읽는 것도 싫다. 

그저 뭐가 잘못된 것인지에 골몰한다. 그러다 보면 하염없이 가라앉아서 방바닥과 한 몸이 된다. 이것은 데자뷔인가. 이미 몇 번 경험해 본 상황이라 해결책을 안다. 일단 일어나는 것, 몸을 일으켜 뭐라도 하는 것. 그러지 않으면 몇 달 뒤에도 나는 똑같은 자세로 누워 있을 것이다.

며칠 뒤, 개를 맡아주겠다는 사람이 생겼다. 그 덕에 갑작스레 3일간의 육견 휴가를 얻었다. 환기가 절실한 때에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니. 감개무량한 심정으로 무얼 하는 게 최선일지 생각했다. 제주도 여행을 할까. 부산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갈까. 혼자 호캉스를 할까. 할 수 있는 건 많았지만 딱히 무엇도 내키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일에 대한 고민을 덮어둔 채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그 고민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찾는 데가 없다면 내가 먼저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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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간 에세이를 써왔으며 1인출판사 [여름사람]을 운영합니다. 지은 책으로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튼, 여름>, <나의 누수 일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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