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다. 내가 눈을 감아버리지 않는 이상 언제나 녀석들이 보인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녀석들의 모양새는 제법 고약하다. 큰 놈은 지렁이 같이 생겼고, 작은놈은 애벌레를 닮았다. 게다가 내 시선을 따라 움직이기까지 하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이런 증상이 생긴 건 6년쯤 되었다. 2018년에 더 나은 사람이 되어보겠다고 대학원에 입학을 했다. 필기를 하려고 화이트보드를 바라보는데 눈에 벌레 같은 것들이 떠다니고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주경야독하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특별히 다른 증상이 생기거나 시력도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민 보스인 나로서는 녀석들을 무시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게다가 모양이 점점 커지는 것 같기도 하고,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도 같았다. 특히, 화이트보드나 하얗게 칠해진 벽 같은 것을 바라볼 때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인터넷 검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