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가랑비 다운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바람도 없고 요란하지도 않은 비,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양의 비가 아주 먼 옛날의 추억을 회상하듯 조용하게 속삭이듯 내린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아니 좀 더 구체적인 시절을 이야기하자면 아마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건너가던 무렵의 한참 사춘기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은데그 기억 역시 정확한 것인지는 나로서도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랑비가 자주 내렸고 그렇게 가랑비가 내리는 날이면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다가 흠뻑 젖어 들어온 적도 많았다.
차갑지도 않고 거의 나의 체온과 비슷하게 느껴졌던 빗물에 젖어 정처 없이 걸었던 그때 그 기억으로 걸어 들어갈 수만 있다면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또 가보고 싶은 곳도 있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곳도 있다.
지금처럼 장마철이라고 해도 비가 오지 않을 때도 있고오더라도 언제부터 내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