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물고기(ἰχθύς) 세상] 수면 아래에서 내리는 비(20230527)

비와 관련한 유행가가 유난히 많다. 그렇다고 하여도 비가 내리는 날 라디오에서 자주 트는 대중가요는 대충 정해져 있다. 대중의 기호 탓이다. 비가 오면 한국인이 특별히 선호하는 음식도 비슷할 것이다. 칼국수나 김치전이 당긴다. 술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어도 비 오는 날엔 파전에 막걸리 한잔하자고 하면 거절하기 싫어진다. 비의 고장 시애틀에서 스타벅스가 시작한 게 우연이 아니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커피를 마시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비 내리는 날 탄천은 제법 풍취가 있다. 출입을 통제하지 않을 정도로 소담하게 내리는 비라면 나의 잉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수면과 부딪혀 만들어진 동심원으로 비를 인식하듯 그들도 그렇게 비를 지각할까. 아래와 위라는 보는 방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모양, 같은 느낌일까. 지금 잉어와 커피를 함께 나누면 커피향이 저 접면에서 무엇인가 초월적인 감각으로 아롱질까. 수중에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수면에 어떤 온기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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