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잔치는 끝났다
체제 전환 같은 거대한 사건은 시간이 충분히 지난 후에야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는 시간이 충분히 지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당장 내일 내 주식이 떨어질지, 다음달 취업시장은 괜찮을지, 연말까지 집값은 오를지 내릴지, 하반기 경기가 살아날지 궁금하다. 최소한의 전망이 필요하다.
최종 업데이트
2022/09/21
(업데이트: 2022. 9. 21.)
“연방준비제도이사회(미국의 중앙은행)의 역할은 파티 분위기가 달아오를 때 술통(punch bowl)을 치워버리는 것이다.”
1951년부터 무려 20년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의장을 지냈던 (중앙은행계의 전설이 아닌 레전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가 남긴 말이다. 중앙은행의 임무 중 하나가 경기가 너무 과열되었을 때 진정시키는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연준은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경제적 재난에 맞서 경기 부양에 앞장서던 모습이다. 아니, 경제가 파티처럼 달아올랐던 게 대체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지금, 연준이 술통을 치우고 있다. 6월 들어 열린 정책금리 결정 회의에서 통상의 3배 수준인 0.75% 인상을 할 정도로 급하게 치우는 중이다. 이렇게 금리를 팍팍 올리면서 찍어냈던 돈도 거둬들인다고 한다. 연준만 그런 게 아니라 한국을 비롯, 전 세계 대다수 국가의 선진국 중앙은행이 비슷한 기조로 가고 있다. 왜 그럴까. 우리가 몰랐던 파티라도 열렸던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파티는 무슨). 전적으로 물가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느라 정부(와 중앙은행)가 뿌린 엄청난 규모의 돈에 더해 공급망 교란, 전쟁, 기후 위기로 인한 원자재 수요 폭증 등 온갖 요인들이 겹쳤다. 그 때문에 지난 10여 년간 무덤에 들어간 줄 알았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마치 좀비처럼. 세계 대부분 나라의 중앙은행 제1의 임무는 물가 안정이다. 연준도 그렇고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좀비가 일어났으니 잡는다고 나선 것이다.
가격은 시장경제의 심장이다. 시장경제에서 거의 대부분의 경제 행위는 가격을 매개로 이뤄진다. 그래서 물가가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1970년대 세계 경제를 휩쓴 인플레이션은 2차 세계대전 후 장기 호황의 종언을 알린 사건이었다. 지금 좀비처럼 살아난 인플레이션도 어떤 체제 전환의 신호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일까.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체제 전환 같은 거대한 사건은 시간이 충분히 지난 후에야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는 시간이 충분히 지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당장 내일 내 주식이 떨어질지, 다음달 취업시장은 괜찮을지, 연말까지 집값은 오를지 내릴지, 하반기 경기가 살아날지 궁금하다. 최소한의 전망이 필요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다가오는 긴축의 시대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에 관한 몇 가지 관점들이다.
1. 지금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닥치고 있는 걸까? 정말? by. 권승준(alookso 에디터)
온통 악재다. 내려야 할 건 오르고, 올라야 할 건 내려가고 있다. 얼마나 추운 겨울이 올까.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다고 내버려두기에 경제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 권승준 에디터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을 보고서를 살펴보고, 그에 앞서 그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했는가까지 따져 묻는다. 여기에 외식 물가, 부동산, 산업 부문의 전망까지 알차게 정리했다. 온갖 악재로 경제가 얼어붙을 거라는 얘기는 정말, 그저 미디어의 호들갑인 걸까?
2. 미국의 다음 불황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by. 이코노미스트
미국에 불황이 닥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포춘 500대 기업 CEO 중 4분의 3이 2023년 말 이전에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걸 대비하고 있다. 경기 침체 이후, 회복 기간은 고통스러울 만큼 길어질지 모른다. 현재의 미국 경제를 있는 그대로 분석해보자. 다가오는 경기 침체에 대한 정책 대응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다음 경기 침체가 올 때쯤엔 정책 당국이 쓸 수 있는 무기가 몇 가지 안될 가능성도 있다.
3. 긴축전장에서 살아남기 by. 신승우(네이버 프리미엄 ‘미국주식사관학교’ 발행인)
‘양적 완화’, ‘양적 긴축’, ‘테이퍼링’, ‘연준의 대차대조표’. 낯선 개념과 해석의 홍수 속에 허덕이는 분들께, 긴축에 따른 주식시장 전망이 궁금하신 분들께 신승우 얼룩커의 글을 권한다. 그는 지금의 주식 시장이 우리가 10년 동안 봐왔던 시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위치에 있으며,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기 전까지 최소 1년 정도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4. 긴축의 시대에서, 국내 부동산 시장 전망하기 by. 성륜수(어웨어 Founder/CSO)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예전보다 돈 풀리는 속도가 둔화될 때, 내가 살고(사고) 싶은 집의 값은 어떻게 될까?” 집에 투자를 하는 것과 그곳에 실제로 사는 건 별개의 문제이다.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데는 1차적으로 ‘임차’시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륜수 얼룩커는 임금상승률과 미국의 긴축으로 인한 금리 상승을 언급하며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우하향을 그리긴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유동성이나 과도한 기대감으로 몰린 부동산 자산이 아니라면 말이다.
5. 환율도 물가도 금리도 오르지만 한국은 아직 괜찮다 by. 권승준(alookso 에디터)
지난 6월 라이뷰 ‘긴축, 잔치는 끝났다’에선 경제가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로부터 3개월, 위기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그 사이에 상황이 바뀐 걸까. 다시 한 번 점검해본다. “지금 한국경제에 위기가 닥치고 있는걸까?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