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시작한 계기는 방에 걸린 종이 한 장이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시위 때 피켓으로 사용된 종이였다. 피켓을 걸어둔 게 무슨 대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그곳은 대학 연구실이었다. 수식과 모형이 가득 적힌 하얀 칠판 가장 높은 곳에 피켓이 걸려 있었다. 이공계 교수, 그것도 지난해 말 임용된 새내기 교수가 개인 소셜미디어도 아니고 자신의 일터에서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귀를 보란 듯이 거는 일은 보기 드물다. 아주 드물다. 과학이나 공학에 종사하는 사람은 공개적으로 사회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삼가야 한다는 암묵적 분위기가 있는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17일 오후 경기 수원 장안구 성균관대에서 만난 뇌과학자 유승범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기초과학연구원 뇌과학이미징연구단 교수)는 “과학자로서, 시민으로서 견해를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는 좋은 시민이 돼야 한다”며 “이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