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법규

한승백
한승백 · sbhan.net
2023/10/10

남산도사 블로그 2019녀 11월 03일 작성



골프는 상류계급의 스포츠이다. 골프의 신이 강림하여 골프에다 “상류”라고 새겨 놓은 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골프가 “상류”이라는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비즈니스를 위해 접대라도 할라치면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모셔야 하나. 왕처럼 모셔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골프장에 모시고 가 ‘그와 나’만의 공간에서 라운딩을 돌며 사적인 친밀관계를 싹 틔우고, 좋은 음식을 대접한 후 룸 살롱에 모시고 가 도장을 “꽝”하고 찍어야 비로소 비즈니스가 성립한다. 그래서 비즈니스 업계에 “사장님 언제 골프 한 번 치시죠”란 말은 있어도 “사장님 언제 탁구 한판 치시죠”란 얘기는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평생 축구나 차던 사람도 뭔가 로비라도 하려면 스크린 골프라도 배워야 하는 것이고, 게이트볼이나 치던 노인네도 로또가 당첨되면 왠지 그린 위를 거닐어야 신분에 걸맞을 행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상류계급이 가장 꺼리는 말이 있다면 바로 “천박함”이다. 자고로 계급이란 돈만 많다고 취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대손손 혈통으로 이어지고, 가문의 전통 속에서 뼈 속 깊이 아로새겨져야 비로소 상류 계급의 향취가 풍기는 법이다. 그런데 복권 당첨과 같이 하루아침에 돈벼락을 맞은 졸부들은 통장이 빵빵할 수는 있겠지만 상류계급의 계급적 특성까지 단기 속성으로 체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강남의 거리에서 전통의 노블레스가 졸부와 스스로를 구별짓기 위해 던지는 대표적인 말이 바로 “저 천박하게 말이지~~~”이다. 즉 “천박”이야말로 계급적 구별짓기의 언어적 시전...... 아! 근데 진짜 귀족들은 “천박”이란 말 자체를 불경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입에 올리지조차 않는다. 천박한 꼴을 보면 튀어나오는 최대 표현은 “음! 음!” 똥은 피하는 게 상책이란 의미다.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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