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이유: 경쟁 균형과 선수 권리 사이의 줄다리기

한승백
한승백 · sbhan.net
2023/10/10

김연경이 국내 리그로 돌아왔다. 지난 2009년 일본 진출 이후 터키와 중국리그를 거쳐 11년 만이다. 계약을 체결한 팀은 2005년 입단했던 흥국생명. 가는 곳마다 우승을 몰고 다녔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로 성장한 김연경의 한국 무대 컴백이 프로배구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지만, 국가대표 주전 레프트 이재영과 세터 이다영까지 보유한 흥국생명에 김연경까지 가세하면서 자칫 뻔한 승부가 되지 않을까란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김연경은 데뷔한 지 15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 드래프트에 참여하거나 자유계약 선수로 복수 구단과 협상을 하지 않고, 왜 흥국생명으로 돌아가야만 했을까. 본고에서는 김연경을 묶어 놓은 보류조항을 중심으로 선수의 권리와 경쟁 균형의 모순적 조화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본다. 

보류조항: 다른 팀과는 협상할 수 없어! 

김연경이 복귀 팀이 흥국생명이어야만 했던 이유는 그가 보류조항(reserve clause)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가령 당신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저 연봉 3천만 원을 받고 A구단에 지명되어 데뷔 첫해부터 타율 4할에 홈런 40개, 도루 20개를 기록하며 야구 판을 뒤흔들었다고 치자. 이제 시즌이 끝나면 다음 시즌 전력 강화를 모색하는 여러 팀이 돈 보따리를 풀어 접근할 것이고 당신에게 남은 일은 가장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팀을 선택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이것은 프로스포츠가 자유 경쟁 시스템을 따른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프로 2년 차를 맞이할 당신이 유일하게 연봉 협상을 벌일 수 있는 팀은 소속구단 A팀. 보류조항이란 이렇듯 구단이 ‘보류 선수’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예를 들어 KBO의 경우 63명까지 보류선수로 묶을 수 있다) 구단이 그 선수들과 유일하게 독점적 계약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보류란 구단이 독점 협상을 벌이기 위해 선수를 ‘따로 떼어 놓은(reserved)’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렇듯 보류조항은 구단의 선수 독점계약 권리 인...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70
팔로워 6
팔로잉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