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에 <김연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
도쿄올림픽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어느 날, 이런 말을 들었다. 요즘 취준생들이 자기소개서에 롤모델로 김연경 선수를 너무 많이 적으니까 웬만하면 적지 말라고. 나는 왠지 억울해졌다. 난 ‘진짜’인데. 김연경이 터키에서 뛸 때 휴대폰에 터키 시간을 맞춰놓았고, 중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어서 터키어 공부를 하기도 했었는데. 10년째 온갖 국제대회와 클럽대항전을 시청하다 보니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나라 배구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꿰뚫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말이다. 지금 얘기하면 ‘대세’에 얹혀가는 느낌이려나 싶어 조금 머뭇거리게 되었다. 그래도 나만큼 진심인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도쿄올림픽 8강 터키전에는 김연경이 터키리그에서 뛴 여덟 시즌이 녹아있었다. 그 세월이 압축되어 경기장에 펼쳐져 있는 듯했다. 터키의 주전 선수들은 모두 김연경과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터키 주장 에다 에르뎀은 김연경의 유럽 친정팀 페네르바체의 주장이다. 김연경과 에다는 최고의 콤비였다. 김연경이 페네르바체를 떠날 때, 에다는 SNS에 “Goodbye world’s best player, 언제나 그리울 거야”라고 썼다. 세터 나즈는 김연경의 유럽 첫 시즌에 함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낸 선수이다. “when I toss it, she kills it”이라는 표현으로 김연경의 해결사 본능을 치켜세웠다. 윙 공격수 중 멜리하와는 함께 여행을 다닐 정도로 친한 사이고, 세이마, 보즈, 심게와 역시 한솥밥을 먹은 경험이 있다. 주전 중 막내인 핑크 머리 카라쿠르트는 김연경의 터키 생활 초창기에 유소년 클럽 선수였는데, 자신의 팔에 김연경의 싸인을 받아갔다. 심지어 터키대표팀의 감독마저도 김연경과 인연이 깊다. 터키 명문 구단 바키프방크의 감독을 겸하며 김연경과 라이벌 매치에서 수도 없이 마주쳤다. 자신이 김연경의 어머니보다 김연경에 대해 잘 알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김연경을 분석해 온 감독이다.
김연경이 유럽 무대에 진출했던 2011년은 여전히 가모바가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