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쎄트 ·
2023/02/06

[합평]

'오씨 성을 쓰는 아흔이 넘은 할머니'에서 바로 글을 덮었습니다. 90세 어머니와 함께하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어머니가 오래 살아계셔서 행복할까. 어디 아프시진 않을까. 지금의 아픈 부모님을 보며 드는 생각이 똬리를 틀어 나가며, [나는 과연 부모님의 늙어감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어머니는 58년 개띠로 올해 (세는)나이로 66세 입니다. 제가 너무 큰 덩어리로 나와서 몸이 다 망가졌고, 지금도 아버지 간병으로 많이 힘들어하세요. 예전에는 무조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내 뜻과는 다른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면서 지금은 하루 하루 웃는 일상을 사시길 바랄 뿐입니다.

월남한 아버지의 빚보증과 신불자가 되어 떠도는 인생을 사는 남동생, 이제는 가족의 이름을 쓰는 것이 일상으로 보여지는 어머니와 함께 하는 살구꽃님의 삶의 정서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행복할까, 힘들까, 외롭지는 않을까. 담당하게 써내려간 문장들을 보며 먹먹함을 느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최은영님의 '밝은밤' 이라는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전쟁과 월남, 어려운 환경을 보며 소설의 한 장면을 실제로 살아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친구가 책을 빌려주며 다 읽는 것이 아까워 아끼고 아껴 읽었다고 했는데, 살구꽃님의 글을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상 합평이 뭔지 모르는 사람의 간단한 느낌이었습니다 ※

몬스 ·
2023/02/05

[합평]
에세이라는 게 이렇게나 좋을 수 있는 것이군요. 처음에 한 번, 그리고 합평을 위해 두 번, 세 번 읽으며 오랫동안 두고 보고 싶은 글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 어머니도 싸인이 같아요. 성을 쓰시고는 동그라미로 에워싸시죠. '엄마의 기억이 갇힌 것처럼'이라는 글을 읽었을 땐 글이 이렇게 아리면서 아름답고 따뜻할 수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살구꽃님의 글을 읽으면 장면이 상상이 되요. 세세한 묘사와 적절한 은유로 글과 상황의 질감을 만들어 내시는 것 같습니다. 너무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불친절하지도 않은 묘사와 전개 속에서 글이 다가오다가 제가 다가가다가 하는 상호작용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질감의 글을 만나면 살구 꽃님의 글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개성을 느꼈어요. 정말 좋았습니다.

굳이 피드백할 부분을 꼽아보자면, 아랫 부분의 대화처럼 윗 부분도 대화가 "..."로 구분되어 있었으면 가독성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물론, 몰입감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에, 제 피드백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드네요. (이거 피드백 맞나요..?)

또 사소한 의견이지만, 마지막 문단의 첫문장에서는 몰입이 조금 깨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얼룩소의 '장면의 말에 귀를 모아 본다'는 소개와 얼에모의 첫 주제인 '글', 그리고 살구꽃님 의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이나 인과성이 조금 와닿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합평이라는 숙제가 아니라, 정말 글 자체를 오롯이 즐긴 시간이었습니다. 어서 다음 글도 읽고 싶네요!

민다 ·
2023/02/07

[합평]

글이 너무 따듯하면서 아련하네요. 먹먹하면서, 이 소소한 행복과 일상의 지지고볶는 [제 어휘가 부족하지만, 일상의 불행과 애정이 함께 섞인 그런류의] 대화가 언제까지나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소망이 드는 글이였습니다.

잘씌여지고, 사진과 어우러져 잘 만들어진 드라마나 단편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같았달까요. 합평을 처음 해보는 제가 평가할수 있는 글은 아니지 싶습니다. [사실 얼에모의 대부분 글들이 그렇지만] 글을 읽고 이분은 어떤 분이지? 하는 생각이들어 프로필을 보고, 본인/ 본인글 소개를 너무 잘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면의 말에 귀를 모아 본다.” 그대로의 글 아니였나 싶습니다. 살구꽃님의 글의 씨앗들과 거기서 꽃핀 글들을 읽는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수지 ·
2023/02/06

살구꽃님의 글내음에 취해버렸습니다.

몬스 ·
2023/02/06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던 부분이 있었네요! 얼룩소 소개란의 '장면의 말에 귀를 모아 본다'는 살구꽃님 이야기였군요!ㅠㅠ 얼룩소 플랫폼 소개인줄 알았어요. 합평 마지막 문장은 못보신걸로..!

똑순이 ·
2023/02/05

살구꽃님~감사합니다.
저 에게도 합평을 해 주셨네요.
좋은 말씀 감사히 받습니다.
바쁘실텐데 이렇게 신경써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