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
글이 아련하면서도 참 아름다웠어요. 이렇게 숨은 글 씨를 간직하고 계신 분이었다니. 이 글은 제 피드백이 필요 없는 글인 것 같아, 저는 신나게 제 감상이나 적어볼까 합니다.

글, 글씨, 글 씨. 일단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았어요. 무슨 내용일까. 제목은 왜 이렇게 지었을까. 한 자 한 자 정성껏 읽어내려 가면서 마치 퍼즐조각을 맞추듯 제목에 숨겨진 의미들이 드러나는 게 인상 깊었어요. 글은 어머니의 정신을 깨우기 위해 쓰는 것이자, 아버지가 유일하게 가지셨던 취미(신문읽기)였고, 또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연재소설)을 느낄 수 있는 매개였더라고요. 글씨는 동그라미 안에 갇힌 어머니의 싸인이자 기억이고,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이자 애껴서 쓰는 그리운 사람의 이름이었더라고요. 글 씨는 어머니의 정신을 집중하게 하는 서리태이자, 그런 어머니 곁에서 딸이 몰래 품은 꿈이고, 이 글을 통해 이미 움트고 발아하기 시작한 씨앗이더군요.

연재소설의 첫 자락 같은 느낌이었어요. 서정적이고 담백한 문체에 순박한 사람들과 소담스런 풍경들이 돋보이는 반면, 얼핏얼핏 보이는 투사, 월남, 전쟁, 떠돌이 같은 단어들 속에는 앞으로 펼쳐질 파란만장한 삶의 단면이 엿보이죠. 엄마의 이야기가 왜 딸의 이야기인지 무척 궁금해지는 대목이었어요. 앞으로 남은 글감을 어머니 이야기와 어떻게 엮어 가실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함께 해주시고, 귀한 글과 이야기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덧. 저도 언젠가 엄마의 이야기를 적고 싶은데, 지금은 엄마의 얼굴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제가 너무 아파서… 연락을 잘 하지 못하고 있어요. 제게 부모의 이야기는 아직은 차마 완성할 수 없는 고통이에요. 그래서 살구꽃님 글을 읽으면서 제게 다가올 미래의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순간순간 울컥했습니다. 먼훗날 제게도 쓸 수 있는 날이 오겠죠? 먼저 써내려 가시면, 저도 언젠가 용기를 내보렵니다.

동보라미 ·
2023/02/01

우와 살구꽃님 얼에모 첫 에세이 너무 잘 쓰셨네요.^^
진짜 작가의 글을 읽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 잘 읽혔고 마음에 와닿았어요.
친정 어머니께서 사랑하는 남편의 이름을 아껴서 나중에 쓴다는 부분에서 울컥했습니다.
살구꽃님께서 심으신 글의 씨앗이 이제 첫 싹을 너무 예쁘게 틔웠네요.
앞으로의 꽃과 열매들을 기대합니다. 오늘은 기온이 올라가서 덜 춥네요.
남은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

진영 ·
2023/02/01

살구꽃님의 아픈 부분이 어머니신가 봅니다
이상하네요 얼에모가 아픈 부분을 꺼내보게 하네요
쭉 함께 나누어요 담담해지려나요

아멜리 ·
2023/01/31

어머니의 해방일지를 보는 느낌입니다!!!

살구꽃 ·
2023/01/31

콩사탕나무님, 고맙습니다. 이틀동안 몸살을 앓다가 다시 글몸살이 더해지니 이러다 시간 놓칠까봐 마음이 급했어요.
어쨌든 제출하고나니 뒷감당은 그때 하기로 하고 지금 아주 홀가분하게 얼룩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어요. :)

콩사탕나무 ·
2023/01/31

살구꽃님^^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설렙니다.
2710개의 글자 하나 하나에 살구꽃님의 가슴 시린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글 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잘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