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패배(tanking): 도덕과 실리의 아노미

한승백
한승백 · sbhan.net
2023/10/10

2019년 3월 8일 남자배구 V리그 마지막 6라운드 경기, 당시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은 KB손해보험과 승점은 같지만, 다행히 다승에서 뒤져 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었다. 잔여 경기로 KB손해보험은 한 경기, OK저축은행은 두 경기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OK저축은행의 안정적 꼴찌를 위해선 두 경기 모두에서의 패배가 절실했다. 그리고 얼마 전, 해당 경기에서 OK저축은행 구단 고위 관계자가 단장에게 고의 패배를 지시한 구체적 정황이 밝혀졌다...... 


도대체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건가. 우승이 아니라 꼴찌를 하기 위해 패배가 절실한 상황이고, 구단 고위 관계자는 고의 패배를 지시했다니. 이유는 꼴찌를 해야 다음 시즌 드래프트에서 구슬뽑기로 결정하는 1순위에 대한 확률을 높일 수 있고, 외국인 선수 선발제도(tryout)에서 우선순위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포츠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의도적, 전략적으로 패배를 선택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는데 이를 일컬어 ‘tanking’이라고 한다. 본 고에서는 스포츠에서의 최선이 오히려 실이 되는 경우 일어나는 ‘고의 패배’에 대해 tanking이란 개념을 통해 살펴본다. 

패배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

2012년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조별 예선에 나선 선수들은 이상한 장면을 연출했다. 시종일관 서비스를 네트에 꽂거나 일부러 스매싱을 멀리 내보내 버렸다. 그리고 경기 후,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패배를 위해 최선을 다한 한국 선수 4명, 중국 선수 2명, 인도네시아 선수 2명, 총 8명에 대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경기에 나서는 행위' 그리고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행동'을 금지하는 배드민턴연맹 규정을 적용해 실격처분했다. 선수들에게는 비난이 쏟아졌다.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국가적 망신이자, 승부조작을 했다는 것이었다. 
2012-2013 프로농구에선 6강 플레이오프를 탈락한 팀들이 노골적인 패배를 거듭하며 앞다퉈서 아래로의 순위경쟁을 펼쳤다. KBL은 ‘강력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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