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장벽을 깬 마라톤화 그리고 기술 도핑 논쟁

한승백
한승백 · sbhan.net
2023/10/10
지난 2019년 10월 케냐의 마라토너 킵초게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마라톤 2시간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공식 대회는 아니었다. 기록 달성을 위한 이벤트 대회였다. 날씨, 코스, 장비 등 모든 조건을 기록 달성을 위해 최적화시켰고, 킵초게와 함께 41명의 페이스메이커가 번갈아 뛰며 레이스를 도왔다. 대회 직후 시선은 킵초게가 신고 뛴 나이키 사의 마라톤화 ‘베이퍼플라이’에 쏠렸다. 이 기록이 과연 인간 노력에 의한 성취인지 아니면 장비 덕택인지 궁금증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나이키 사의 마라톤화가 처음 논란이 된 건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메달을 획득한 킵초게를 비롯해 모든 메달리스트가 베이퍼플라이의 전신 격인 브레이킹2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마라톤화를 착용했다. 이 마라톤화를 분석한 연구들은 “탄소섬유 바닥재가 용수철 역할을 한다.”, “평지보다 1~1.5% 경사진 내리막길을 뛰는 효과를 낸다”와 같은 결과를 쏟아냈다. 그리고 킵초게가 2시간의 장벽을 무너뜨리자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 구 IAAF)은 베이퍼플라이의 ‘기술 도핑(technology doping)’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한다. 이 문제에 대해 세계육상연맹은 “특정 선수만을 위한 신발은 공식 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다. 모두가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어야 한다. 신발 밑창의 두께는 40㎜ 이하여야 한다. 탄소섬유판은 1장만 허용한다"란 결론을 내렸다. 세계육상연맹은 이렇게 공정성을 위한 기준을 세움으로써 논란을 잠재웠지만, ‘특정 선수만을 위한 신발 금지’를 언급했을 뿐 베이퍼플라이가 기술 도핑인지 아닌지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다분히 정치적인 판결이었다. 

일반적으로 기술 도핑이란 스포츠에 사용되는 장비가 ‘인간 신체의 탁월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불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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