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부터 1985년까지 무패 삼관을 비롯해 15전 13승으로 일본 경마를 휩쓸었던 심볼리 루돌프(Symboli Rudolf)의 조교사 노히라 유지(野平祐二)는 "경마엔 절대가 없지만, '루돌프'에게는 절대가 있다"고 말하면서 승리보다 패배가 더 회자되는 심볼리 루돌프의 강력함을 설명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경마 세계에서는 특정 기간 모두를 압도할 수 있는 경주마가 등장하기 정말 어렵다. 경마장마다 제각각의 특성이 있고, 경주가 열리는 날의 날씨도 매번 달라진다. 거기에 같이 경쟁하는 말들의 숫자와 성향, 발주칸 번호 등도 달라진다. 더 나아가 특정 한 마리가 연승을 달리고 있다면 모든 출주마가 그 말을 집중적으로 견제할 것이다. 따라서 한 마리가 장기간 왕좌에서 집권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10월 21일은 영국 경마 평지 경주의 1년을 화려하게 갈무리하는 챔피언스 데이(Champions Day)였다. 챔피언스 데이에는 6펄롱(1,200m)부터 2마일(3,200m)까지 다양한 거리에서 최정상급 경주가 열리며, 따라서 이날엔 그 해 눈부신 활약을 펼친 말만 경주에 참여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그랑프리라는 이름은 붙지 않았지만 챔피언스 데이는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경주일이며, 그 규모는 400만 파운드(한화 약 65억 7,300만 원)를 상회한다.

챔피언스 데이에는 총 여섯 개의 경주가 열리며, 그룹 1 경주가 넷, 그룹 2 경주가 하나, 그리고 핸디캡 경주가 하나 열린다. 이번 글에서는 이날 열린 다섯 개의 그룹 경주의 결과를 정리해 본다. 경주에 앞서 조직위는 애스콧에 내린 많은 비로 인해 코너를 돌아야 하는 롱 디스턴스 컵, 필리스 & 메어스 스테이크스, 챔피언 스테이크스를 허들 경주가 열리는 내측 코스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첫 번째 경주부터 이변이 발생했다. 시장은 2022년 론진(Longines) 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