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

지난 글에서 제가 엿보았던 남편분을 향한 '동경'의 시선, 그 의문이 풀리는 글이었어요. 글쓴이는 대화체 형식을 선택해 무척 친근하게 독자에게 다가가면서 자신의 지난 삶을 반추합니다. 자신이 잃어버렸던 아픈 삶의 순간들을. 발랄하고 쾌활한 문체에 비해 담긴 내용은 무겁고 많이 아렸어요. 날개가 꺾이며 살아온 지난 삶. 나의 존재가 없을수록 더 잘 굴러간다 여겨지던 나의 집. 그 시간들을 모두 보낸 뒤 우두커니 남아있는 글쓴이를 바라보면서 많이 아팠습니다.

글 속의 대비가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궁전 같은 파리의 대학 모습, 모든 게 무료이고 자유롭지만, 그 지나친 자유에 망설이고 방황하는 글쓴이. 화려한 대학의 모습과 무거운 세느강의 물빛이 대비되는 것도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결혼 뒤에도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개인전은 물론 그룹전과 해외전까지 이어가는 남편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그저 새색시였다가 산모였다가 아내이자 엄마로만 살아가는 '나'가 있습니다. 

그 선명한 대비를 이렇게 짧은 글에 무척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계신 점이 놀라웠어요. 문장이 짧고 속도감이 있어 무척 경쾌한데, 그 경쾌함 속에서도 명료한 대비와 스러져가는 글쓴이의 마음을 드러내시다니요. 이제라도 다시 '나'만을 위한 삶에 시동을 걸어보시라고, 두손 모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솟았습니다.

하나 아쉬운 점은, 왜 교사직을 그만 두고 파리를 갔는지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글쓴이에게는 분명 목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유학이라는 게 쉬운 시대도 아니었거니와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모험을 한다는 건 어떤 목표지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어서, 글쓴이가 왜 극심한 방황 속에 있었는지 조금 이해가 안 가기도 했습니다. 글쓴이의 원래 꿈이 무엇이었는지, 왜 파리에 가게 됐는지 간단한 설명을 넣으신다면, 더 공감하기 수월할 것 같습니다.

이제 합평도 마지막이네요. 머뭇거리시면서 지원하셨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열정적으로 임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자신만의 문체를 다져가시고, 자신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펼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진영님께 지금 '글'은 무엇일까요? 맨 처음 글감이 불현듯 떠오르네요. 재능과 센스가 넘치시고, 살아온 삶의 이야기도 가득하신데다, 무척 빠르게 실력을 향상 시키는 분이셔서, 저는 진영님의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얼에모가 끝나더라도, 언제든 이런 글 써주시길 독자로서 간절히 바라봅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합평]

미술계 최고의 대학, 뭔가 배우러 떠났지만 정작 가르쳐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어딘가 모를 막연한 상황을 탈피하고자 스스로 여기저기 전시관과 미술관을 향해 떠났던 사람의 이야기.

예술가는 남이 뭐라든 상관없이 자기가 최고인줄 알아야 가능하다는 말. 참 많이 와 닿습니다. 그런 사람이 예술가가 되는 것이겠죠. 그렇게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가 결혼이라는 도피처를 향해 떠나버린 사람의 이야기.

일생에 몇 번 못 한다는 개인전을 밥먹듯이 여는 남편을 보조하느라 숨이 차고 지쳐버리셨겠어요. 과연 이것은 내가 원하던 삶인가 스스로 반문하게 되던 사람의 이야기.

몇몇 이야기만 읽었을 뿐인데, 파노라마처럼 드라마처럼 눈앞에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글에서 그림이 느껴지는 글이라면 이런 글이 아닐까 싶기도.

글에서 스스로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이 묻어나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는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일까 의문을 던지시는 장면에서 더더욱. 가족을 위한, 가족을 보조하는 삶이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어쩌면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진영 님의 이야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댓글로 이미 남기셨던데. 남편 분을 보조하는 활동도 의미있으시겠지마는... 두 분이 함께 작업한 결과물로 전시회를 열어보시는 건 어떨까... 하는 말씀을 조심스레 드려봅니다. 진영 님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전시회가 된다면 말이에요.

얼에모를 통해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솔직한 나눔 감사드려요. 예술가쪽 이야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생생한 경험 들려주셔서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글에서 또 만나뵙길 소망합니다.

진영 ·
2023/03/28

@수지 
다 흘러 간 추억이지요.
이제는 아무 생각 없고 그냥 글이나 잘 썼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응원 감사해요~

진영 ·
2023/03/28

@행복에너지 
저한테는 소중한 추억이지만 남들한테는 부끄럽지요. ㅎ
행에님은 무용가의 꿈이 있었군요
얼룩소에 미술 못해 속앓이 한 사람은 많은데 무용은 처음 듣습니다. 놀랐습니다.
행에님에 대해 새로운 걸 알아가네요 ^^

진영 ·
2023/03/28

@청자몽 
전에 90에 수묵화 시작해 100세까지 그렸던 분 얘기 잠깐 썼던 적이 있었어요 딸이 동양화가 여서 함께 했다고..
저는 한 집에 한 사람만 하는 걸로..
아. 딸들까지 비슷한거 해서... 
저는 관객 할랍니다.
글이나 잘 썼으면 좋겠네요  ㅎㅎ

집에서 나란 존재는 없고 그저, 주부 엄마만이 남더군요.
나의 존재가 없을수록 집은 더 평화롭고 더 잘 돌아갔구요.
꿈이란게 애초에 나한테 있었나 싶었습니다
이부분 너무 공감이가네요 집에서 주부로써에 삶을 사시는
많은 어머님들 다시한번 힘을 내시길..

행복에너지 ·
2023/03/28

진영님 저는 무용을 못해서 가슴앓이 했던 사람이라...
이제는 발목 어깨도 아프고 할수가 없지만
미술은 나이와 또 상관없더라구요
SNS로 활동하기도 하고....
미술 좋아하시고 잘 하시는 분들은 참 좋을것같아요
그나저나 프랑스어 라는 한계는 좀 너무 크긴 했네요
저도 그런 독종은 아니라서...
와 ~그래도 참 소중한 추억이실듯요
누가 언제 그런 경험을 해보겠어요 
아무나 해볼수있는 경험도 아니고...^^

수지 ·
2023/03/28

@진영님,, 세상에나, 진영님이  미술을 전공했을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슴다.
진영님은 끝이 모두  눈물로  끝나네요.. 저번에  한국어 선생님도 그렇구..
홀로 타국에서  방황했을 진영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립니다.

청자몽님이 진영님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듯 느껴져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영님 작업실 하나 마련해서  작품 하나씩 여기에 올려주세요..

진영님이  꿈을 접고 남편 내조하고 자식들  잘 키워내신 것은  천번만번 잘하신 일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진영님의  움츠렸던 날개를  펼 시간이 되었습니다.

글도 쓰시고, 그림도 그리고 ,, 너무 멋지네요..
게다가  산속은 또 얼마나  좋은 풍경이고  작업실입니까 !!!

마지막 잇글로 써놓았던 글은 이제 과거로 잊어버리시고  지금부터  새로이
시작하면 되지요..

오히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진영님이  부러워집니다.  그림 그리던 손은 아직 있으니까요..
화이팅하셔요.. 어제는 가슴아프게 읽었지만  지금은  기쁘게  댓글 올립니다.
 

청자몽 ·
2023/03/28

@진영 가끔 70이나 80이나 심지어는 90(에?!!!)부터 뭔가를 시작(진짜??)해서 꿈을 이뤘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늦게 시작했지만.. 이룬 사람들의 사례를 제 블로그에 갈무리해둔 것 등등을 모아볼께요.

그러면 아마 그것들을 보시면서, 영감이 떠오르실 수 있어요. 그런 사례들 보면 '오늘도 늦지 않았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
저는 그림 재능이 --;;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사람들보다 조금 더 있겠지만? 이 정도 가지고 올인했으면 망했겠다(!!!) 정도의 느낌이 와요.

그림 올인 안하구요. 글 쓰면서 삽화를 제가 직접 그릴 생각을 합니다. 그림을 그럭저럭 그리는 능력은 다른걸로 변형도 될 수 있어요 ㅎㅎ. 뭔가를 만들거나, 꼬맹이가 다이소 등에서 물어온 클레이 ㅠ 등을 만들어줄 때 아주 요긴하더라구요. 종이접기 등등 할때도.

....
오늘도 해가 떴는데.. 아직 꼬맹이는 꿈나라.
오늘도 쌓아둔 일 태산 ㅜ. 어제 못한 일(어제 완성했어야할 어제 할당치 육아일기. 쿠폰이 곧 만료라 환장하겠어요 ㅠ)까지 2배지만. 최선을 다하고

짬짬이 위에 내용 글 모아모아서 글 구상을 해볼께요.
나이는 숫자다! 저도 제 나이에 깜짝 깜짝 놀라요. 선배님!!
보면 어리면 어린대로, 나이들면 드는대로 각자의 고민 짐이 있던대요.

어제 새콤이랑 북매님이 추천해준 동화책을 읽다가 물어보니 ㅎㅎ 한숨쉬면서 자기도 고민 있대요. 이거 나 뭔지 알아 ㅎㅎ. 그러더라구요. 애기들은 애기들대로 고민 있나봐요. 때리는 놈 아직 이사 안 갔어요. 그 녀석! 유치원 힘들 때도 있대요.
...
새콤이가 기상했어요. 
ㅜ. 화이팅!!

지금도 넘넘 멋진 분이세요. 만나뵙진 못해서 잘은 모르지만, 제가 읽어낸바로는.. 아마도.. 분명히 그러실꺼에요.

진영 ·
2023/03/28

@청자몽 
71년생이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ㅎㅎ
얼룩소엔 왜 이렇게 미술공부를 못해 가슴앓이 한 사람이 많을까요
그래서 너무 부끄럽습니다. 멍석 깔아 줘도 못한 인간이니까요
이 글을 써놓고 오래 등록을 못 누른 이유기도 합니다. 
청자몽님은 포기하지 마시길..
그게 무엇이든 간에..

최서우 ·
2023/03/28

다른사람의 스토리를 훔쳐보면서 거울처럼 비춰진 모습에 혼자 울기도 하고 설레게 하기도 하고 ..
그래서 난 이런 자기의 히스토리 를 애정하는것 같아요. 
진영님의 예술적 능력이 분명 탁월할것이라는 상상을 하게됩니다.
엄마의 역활도 예술 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난 글에서 제가 한 짐작이 맞았나봅니다. 숨겨있던 속내가 왈칵 쏟아져 나온 글을 읽으면서 만감이 교차하네요. 다섯번째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진영님께 글이 날개를 다시 찾는 일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