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갇힌 스포츠혁신위원회

한승백
한승백 · sbhan.net
2023/10/10

2019년 7월 17일 작성

체육특기자제도는 현 한국 스포츠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의 구조적 원인이다. 학습권을 박탈하는 제도적 기제이며, 전문 운동선수 외에 다양한 직업 선택의 기회를 박탈한다. 뿐만 아니다. 체육특기자 제도 속에서 성장한 학생선수는 기본 교육을 받지 못해 일상 문화나 공동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이 부족한 이들은 삶의 기본적인 가치조차 모른다. 특히 체육특기자제도는 학생선수들에게 청소년기에 요청되는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의 함양과 균형적 사회 인식을 가로막는다. 때문에 스스로 부당한 폭력과 성폭력 등 심각한 인권침해나 차별을 자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폭력이나 성폭력 같은 부당한 처사를 당하더라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주체적 역량이 없다. 그러니까 스포츠계에 만연한 인권침해의 가장 근원적 원인은 다름 아닌 체육특기자 제도이다. 

 내가 쓴 소설이 아니라 혁신위 권고안에 나오는 내용을 보탬 없이 재구성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스포츠계의 폭력과 성폭력의 원인은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가 결여된 학생선수들 때문이고, 이들이 맞아도 말하지 못하는 똥멍충이가 된 이유는 운동만 하면 자동 빵으로 대학까지 보내주는 체육특기자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체육특기자제도는 잠재적 범죄자 양성 제도임이 분명하다. 이런 제도에 학생선수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니 이 살벌한 제도를 교육 현장에서 제거해야 한다. 교육부 장관은 뭐 하고 있나. 만사 제치고 이 제도의 철폐부터 선언해야 한다. 

이 과장되고 선동적인 수사를 동원하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게 혁신위의 주장이다. 이 권고문이 문체부와 교육부에 전달되고 가감 없이 정책으로 실행될 거라던데, 그렇다면 이에 대해 증명할 기초자료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그런 건 없다. “저 운동만 해 무식한 인간들을 개조해야 한다”는 느낌적인 느낌? 이게 혁신위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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