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휴전 그리고 중지

한승백
한승백 · sbhan.net
2023/10/10
스포츠는 경쟁이라는 형식이 만들어내는 서사이다. 그 형식 가운데 무엇을 강조하는지에 따라 승자와 패자 그리고 경쟁이 갖는 의미는 달라진다.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의 스포츠가 멈춰버린 지금, 코로나가 던지는 궁극의 질문에 올림픽은 어떤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고대사회의 제의로서 스포츠와 고대 그리스 올림픽을 탐색해 본다.

▣ 삶과 죽음의 은유로서 제의적 스포츠

수메르, 이집트, 미케네 등 짧게는 기원전 1000년, 길게는 3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문명이 남긴 무덤과 신전에는 레슬링, 복싱, 칼싸움 등 오늘날 격투 스포츠에 해당하는 미술품들이 남아 있다.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드에는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전사한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추모하기 위해 여덟 가지 스포츠 경기로 구성된 장례 경기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고대사회 사람들은 장례행사에서 스포츠 경기를 펼친 것이다. 오늘날 휴식과 레크리에이션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으레 달리기 시합을 하거나 축구와 같은 구기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은 낯설지 않지만, 죽은 자를 기리는 장례식에서 스포츠 경기를 개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레비스트로스가 쓴 ‘야생의 사고’는 고대 사회 제의(祭儀)로서 스포츠에 대한 상상력을 부여한다. 우리가 제사에서 절을 하고, 음식을 올리고, 술을 따르는 것은 망자를 살아있는 것처럼 대함으로써 “죽음으로 인해 잃은 것이 없다”란 상징적 의미를 재현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망자가 위로받으면 수호 정령이 되어 산 자를 지켜준다고 믿는 것이다. 북아메리카의 폭스 인디언이나 알콘 킨 족은 이 제사를 스포츠의 형식을 통해 재현한다. 이들의 제의적 스포츠는 승패가 불확실한 경쟁이 아니라 죽은 자가 이기도록 정해진 일종의 역할극이다. 게임에서 승리는 상대를 ‘죽이는 것’을 상징한다. 그 때문에 격투기든, 볼 게임이든 양 진영 간의 대결은 한 쪽은 산 자, 나머지 한 쪽은 죽은 자로 정해진다. 대결의 승리는 언제나 ‘죽은 자’의 몫, 망자 측이 산 자를 죽임(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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