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는 왜 반칙이 되었나?

한승백
한승백 · sbhan.net
2023/10/10
VAR이 도입된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레스터의 경기. 최종수비수보다 고작 1.6cm, 발도 아닌 어깨가 앞서 있던 손흥민은 득점하고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스포츠가 선사하는 궁극의 짜릿함은 단연 득점에 있겠지만, 축구는 오프사이드로 인해 전후반 90분을 줄기차게 뛰고도 1:0 심지어 0:0으로 승부가 나지 않는 경기가 비일비재하다. 다른 스포츠들이 더 많은 득점으로 더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기 위해 변화를 마다하지 않는 판국에 축구에는 왜 이렇게 이상한 규칙이 버티고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오프사이드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 중세의 마을과 마을, 집단 축구를 벌이다. 

축구는 수백 년 전부터 영국과 유럽대륙에서 행해오던 여러 집단적 공놀이에서 기원했다. 거리, 공터, 들판, 다양한 공간에서 이 마을과 저 마을의 사람들이 서로 편을 갈라 집단으로 공놀이를 펼쳤다. 영국의 내펀, 스콘볼, 벌룬볼, 스토볼, 윈드볼, 캠프볼, 프랑스의 슐 등 지역에 따라 이름과 형식도 다양했다. 지금처럼 발만 사용한다는 규칙도 없었고, 참가인원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다만 이 경기들은 모두 공 하나를 가지고 몰려다니며 집단으로 엉겨 붙어 상대를 거칠게 밀치고, 걷어차고, 쓰러뜨리는 등 난장을 피운다는 것, 그 한 가지 점에서 일치했다. 죽이는 것만 빼고 다 허용된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때때로 폭력적이었지만, 겨울을 몰아내기 위한 참회제, 봄을 맞이하기 위한 풍작제, 통과 의례로서 성인식 등 종교적 제의에 맞춰 지역마다 연례행사로 열렸다. 그렇다면 이 전통적 축구와 오프사이드는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로서 오프사이드 

‘오프(off)’는 떨어져 있다는 뜻이고, ‘사이드(side)’는 팀이라는 뜻이다. 아군 적군이 명확한 이항대립의 충돌인 축구에서 오프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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