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되는 한일전, 그 이면의 씁쓸함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당시 4강에서 미지의 적인 우즈베키스탄(당시 소련이 해체되며 아시아 무대에 처음 등장했었다)에 1대0으로 패한 경험이 있는 황선홍 감독은 우리 내부의 적을 강조했다. 그 정체는 29년 전 자신이 경험했던 방심이었을 거고, 그 기억이 감독이 된 지금은 승리의 열쇠가 됐다.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한 마지막 관문은 운명의 한일전이다. 황선홍 감독의 선수 시절 대표적인 이미지는 ‘한일전의 킬러’였다. 1988년 12월 A매치 데뷔전부터 한일전으로 시작한 그는 그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렸다. 일본을 상대로 출전한 4경기에서 모두 득점, 총 5골을 터트리며 모두 승리를 이끌었다.
황선홍의 골은 곧 한일전 승리라는 필수 공식이 됐을 정도다.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도 일본과 8강에서 만나 2골을 기록했었다. 당시 골을 터트리고 속사포처럼 주먹을 연거푸 발사하는 퍼포먼스는 희열 그 자체였다.
그런데 감독 황선홍의 한일전은 양상이 다르다. 작년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3세 이하 아시안컵 8강에서 일본에게 3골을 허용하며 완패하는 걸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당시 이강인, 홍현석, 조영욱 등 주축 멤버들이 있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그 패배가 황선홍 감독에게 큰 자극이 돼 현재의 결과가 있다면 영광의 상처 정도로 포장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런 현상이 전 연령대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벌어진 축구 한일전은 대패가 일상화됐다. 파울루 벤투 전 A대표팀 감독 시절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 모두 0대3으로 패했다. 17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