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정 아카데미와 폭력

한승백
한승백 · sbhan.net
2024/07/05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그의 큰 아들 그리고 다른 지도자 한 명이 손 아카데미 학부모로부터 아동 학대 혐의로 피소되었다. 손 아카데미 측이 훈육의 이름으로 지속적인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인정했고, 이에 대해 사과도 했다. 그러나 합의 과정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지나친 합의금을 요구한 학부모들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는 상황이다.

내가 이 사건에서 주목하는 건 여론이다. 대중은 ‘손웅정 측의 폭력’과 ‘학부모의 지나친 합의금 요구’라는 두 가지 별개의 사건을 분리하지 않는 듯하다. 즉, 온라인을 도배하고 있는 “그 정도도 못 참고, 어떻게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나”, “손 아카데미에 맡겼다는 것은 그 지도 방식을 따르겠다고 합의한 것 아닌가”, “세상 많이 변했다. 옛날 같으면 아무 일도 아닌 걸 가지고, 별 난리를 치고 자빠졌네” 등의 의견이 지배적으로 손 아카데미를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폭력과 합의금 요구는 개별 사건으로, 만일 폭력이 사실이었다면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학부모의 공갈 협박이 있었다면 이 또한 별도로 다루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두 사건이 하나로 뭉쳐져 어떤 놈이 더 나쁜가란 식의 대중 심판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그러니까 일종의 복합 질문의 오류가 대중 여론의 저변을 지배한다는 얘기다.

한편 이 사건에서 "폭력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는 왜 이 모양인가”란 비판도 있다. 그러나 대중이 체육계의 폭력에 항상 이렇게 관대했던 건 아니다. 과거 대한빙상경기연맹이 폭력 문제로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 지정이 취소된 사례의 경우, 여론은 엄청난 분노와 비난을 쏟아부었고, 이런 폭력이 체육계 전반에 만연해 있을 것이라는 우려로, 국가가 직접 나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만 해도 폭력에 대한 대중 일반의 감수성엔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일방적으로 자식을 이용해 돈벌이하려는 파렴치한 학부모에 대한 융단 폭격과, “교정을 위한 체벌과 고무를 위한 채찍질이 체육계의 필수”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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