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은 '흔적기관'이다

최민규
최민규 인증된 계정 · "야구는 평균이 지배하는 경기이다"
2024/01/23
야구는 어느 종목보다 규칙이 복잡한 경기다. 
   
‘이게 왜 필요하지?’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규칙도 있다.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도 그 중 하나다. 
   
타자가 스트라이크를 세 번 당하면 아웃이다. 그런데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포수가 잡지 못하면 아웃이 아니다. 타자에게는 1루로 진루할 권리가 생긴다. 상대 포수가 일부러 공을 떨어뜨려 병살을 노리지 못하도록, 무사나 1사에 주자가 1루에 있을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낫아웃 상황은 자주 일어난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KBO리그에서 기록된 삼진은 모두 9969개다. 이 가운데 8.7%가 낫아웃이었다. 투 스트라이크에서 투수가 포크볼이나 커브 등 떨어지는 구종을 던질 때 낫아웃이 되기 쉽다. 이런 공은 그라운드에 맞는 원바운드가 되기 쉽고, 바운드된 공은 포수가 잡더라도 야구규칙상 ‘정규 포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낫아웃 상황에서 타자가 실제로 출루에 성공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엔 딱 32번이었다. 비율로는 0.3%에 불과하다. 타자가 살아나갈 확률이 매우 낮은 셈이다. 그래서 낫아웃 규칙은 어떤 요식행위처럼 느껴지지도 한다. 타석에서 홈런이 나올 확률(1.6%)보다 훨씬 낮고, 3루타(0.4%)와 비슷하다. 그런데 3루타는 타자가 좋은 플레이를 한 결과지만, 낫아웃은 삼진을 잡은 투수에게 불이익을 준다. 
   
이용훈 NC 투수 코치는 낫아웃에 대해 “규칙이니 따라야 하지만 투수 입장에서 억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대기록이 낫아웃 때문에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97년 5월 23일 한화 투수 정민철이 가장 억울했을 것이다. 정민철은 이날 대전 OB전에서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세웠다. 더 큰 기록이 세워질 수도 있었다. 이날 정민철이 허용한 유일한 출루는 8회초 1사에서 나왔다. 투수 책임인 볼넷이나 힛바이피치가 아닌,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나왔다. 낫아웃 규칙이 없었다면 정민철은 사상 첫 퍼펙트 게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
최민규
최민규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한국야구학회 이사. 주간지 <스포츠2.0>과 스포츠신문 <굿데이>, <일간스포츠> 등에서 주로 야구, 잠깐 정치 취재를 했다.
86
팔로워 1.8K
팔로잉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