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파트에는 왜 테니스장이 많은가?

한승백
한승백 · sbhan.net
2023/10/10
아파트 단지 내 의무설치 시설로서 테니스장

 주택은 자신이 속해있는 실제 계층보다 더 상위 계층에 속해 있음을 입증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이다(발레리 줄레조, 2007). 이 같은 관점에서 공동주택 내 설치되는 부대시설에 대한 입주자들의 선호는 편의성이나 실용성보다는 계층적 특성을 나타내거나 고급 이미지를 지닌 시설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테니스 대중화 이전, 다시 말해 상류계급 스포츠란 인식이 남아있던 시절, 공동주택 내 테니스장을 설치하는 것은 주거공간의 품격을 한결 높이는 일이었다. 한국사회의 아파트가 (90년대로 넘어가면서) 점차 주거 공간에서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그 본질적 의미가 변질되어지는 가운데 아파트분양 광고들이 고급스러운 주거 공간을 의미하는 ‘유럽풍 레저타운’, ‘프리미엄 하우스’ 등의 광고카피를 내세우면서 으레 부대시설로 테니스장을 소개하기도 했던 것은 이 같은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김대현, 임승빈, 1999; 발레리 줄레조, 2007: 42).


 자산증식의 수단이 된 한국의 아파트에는 많은 테니스장들이 들어섰다. 그러나 아파트 테니스장의 대량 생산의 원인을 고급 스포츠란 테니스의 이미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상류계층의 스포츠라 해도 그것이 반드시 테니스장에 국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테니스장의 대량생산의 원인을 제도적 측면에서 살펴본다.


60년대 마포아파트에서 붕괴사건이 있었던 와우아파트에 이르기 까지 초창기 한국의 아파트는 소형 국민주택으로서 ‘고층 판자촌’이라는 별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세성을 벗지 못했다. 이런 한국의 아파트에 테니스장이 처음 설치된 것은 1970년 한강맨션이었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70
팔로워 6
팔로잉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