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종교라 하면 특정한 교리와 신앙체계, 그리고 의례들을 갖춘 폐쇄적인 공동체를 생각한다. 따라서 종교 혹은 종교들은 이 세상에 다양하게 존재해 왔고, 또 현존하고 있다고 여긴다. 또한 그러한 ‘종교들’(과연 ‘종교’란 말이 복수가 가능한가는 뒤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은 기독교, 불교, 유교, 도교, 힌두교, 이슬람 등 다양한 종교 조직, 혹은 종교적 실체를 지칭하는 말로 의심 없이 사용되어진다. 아울러 우리는 ‘기독교는 종교이다’라는 명제를 아주 당연시 여기고 또 그 명제의 진위에 별다른 토를 달지 않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 되는 성서를 살펴보면 의외로 이 ‘종교’란 단어가 쉽게 눈에 띠지 않는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구약에서 ‘종교’란 단어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야웨의 경외’(yirath Yahweh)라는 표현이 본래적 의미상 종교란 단어에 가깝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이다. 신약에서는 구약과는 달리 몇 차례 ‘종교’를 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