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란 낱말에 관하여

이길용
이길용 · 종교와 문화로 사람을 읽는 여행자
2024/02/14
우리는 지금 종교라 하면 특정한 교리와 신앙체계, 그리고 의례들을 갖춘 폐쇄적인 공동체를 생각한다. 따라서 종교 혹은 종교들은 이 세상에 다양하게 존재해 왔고, 또 현존하고 있다고 여긴다. 또한 그러한 ‘종교들’(과연 ‘종교’란 말이 복수가 가능한가는 뒤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은 기독교, 불교, 유교, 도교, 힌두교, 이슬람 등 다양한 종교 조직, 혹은 종교적 실체를 지칭하는 말로 의심 없이 사용되어진다. 아울러 우리는 ‘기독교는 종교이다’라는 명제를 아주 당연시 여기고 또 그 명제의 진위에 별다른 토를 달지 않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 되는 성서를 살펴보면 의외로 이 ‘종교’란 단어가 쉽게 눈에 띠지 않는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구약에서 ‘종교’란 단어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야웨의 경외’(yirath Yahweh)라는 표현이 본래적 의미상 종교란 단어에 가깝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이다. 신약에서는 구약과는 달리 몇 차례 ‘종교’를 지칭하는 용어가 사용되어지고 있긴 한데, 이 또한 대부분 ‘신앙’을 지칭하는 ‘πίστις’(피스티스)라는 단어이다. 사도 바울의 경우는 특징적인 규범적 행동양식을 지닌 종교적 공동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θρησκεία’(드레스케이아, 행 26:5; 약1:26, 27; 경건, 의식, 의례, 관습)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종교’란 단어가 가지는 성서의 낮은 사용 빈도수는 우리로 하여금 이 단어가 가지는 ‘본래적 의미’에 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예서는 크게 둘로 구분하여 1) 동아시아 전통에서 사용하는 한자어 ‘종교’(宗敎)의 유래를 밝히고, 2)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사용하는 ‘종교’(religion)란 단어의 계보학적 의미를 추적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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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Marburg대학교에서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학위 후 귀국하여 지금은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 관심 분야는 ‘동아시아 종교’와 ‘해석학적 문화 비평’이며, 제대로 된 <한국종교사상사>를 펴내는 오랜 꿈을 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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