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험을 띄엄띄엄 돌이켜 봅니다. 명문 대학에 가야만 산다는 이야기를 수천번 들어오면서, 경쟁을 통해 누군가를 떨쳐내고 내 학벌을 꿰차기 위해서 살았습니다. 노력하면 대가가 오는 '공정한' 경쟁이라고 말들 했지만, 상위 1% '특별반'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교내상과 생활기록부는 따로 있었고 과정도 결과도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불공정함보다 처참한 것은 '공정함'을 통해 누군가를 밟고 내가 상위에 올라서는 게 우리의 정의라는 점이었습니다. 심지어 더 처참한 건, 아는 동창 누구도 입시에 실패하더라도 대학진학을 포기하고서 고졸로 사는 삶을 상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린 열아홉에 기름밥 먹으며 육체 노동하는, 다른 곳에 실제로 존재하는 삶을 상상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입시 부담을 벗어던지고 대학생 대신 도예가가 되는 삶을 상상하지도 않았습니다. 한 10대는 상대적으로 다른 10대의 상상 밖에서 저 멀리 일찍 현실에 물들고 철이 들어가고. 누구는 철이 드는 대신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