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나라와 패하는 군대 .병자호란이 일어난 뒤 남한산성에 들어간 조선 조정과 수비군은 청나라 군에게 겹겹이 포위됐다. 남한산성에서 농성하면서 각지에서 달려올 근왕군을 기다릴 심산이었지만 근왕군은 남한산성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청군의 요격에 붕괴되고 말았다. 성 안에 갇힌 사람들은 초조해졌다. 초조함은 과격함을 부른다. 특히 칼이라고는 잡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더 과격했다. .“당장 성을 박차고 나가서 적군을 물리쳐야 하옵니다.” 몇 번 성을 빠져나가 청나라 군 변발한 머리 몇 개 가지고 들어왔던 일도 상기됐다. “별 것도 아니잖아?” 여기에 점쟁이 몇 명이 분위기를 띄운다. “오늘은 공격을 하든 수비를 하든 일진이 대박인 날입니다.” 이에 조정의 영수이자 체찰사로 전쟁의 총사령관이던 김류가 움직인다. “그래. 우리가 한 번 내려가서 적들을 혼내 주는 거다.”
.미적거리는 병사들을 몰아 남한산성 북문을 나섰다. 험한 골짜기를 내려가 평지를 굽어보는데 조선인 포로들과 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