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나라와 패하는 군대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5/28
망하는 나라와 패하는 군대 
.
병자호란이 일어난 뒤 남한산성에 들어간 조선 조정과 수비군은 청나라 군에게 겹겹이 포위됐다. 남한산성에서 농성하면서 각지에서 달려올 근왕군을 기다릴 심산이었지만 근왕군은 남한산성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청군의 요격에 붕괴되고 말았다. 성 안에 갇힌 사람들은 초조해졌다. 초조함은 과격함을 부른다. 특히 칼이라고는 잡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더 과격했다. 
.
“당장 성을 박차고 나가서 적군을 물리쳐야 하옵니다.” 몇 번 성을 빠져나가 청나라 군 변발한 머리 몇 개 가지고 들어왔던 일도 상기됐다. “별 것도 아니잖아?” 여기에 점쟁이 몇 명이 분위기를 띄운다. “오늘은 공격을 하든 수비를 하든 일진이 대박인 날입니다.” 이에 조정의 영수이자 체찰사로 전쟁의 총사령관이던 김류가 움직인다. “그래. 우리가 한 번 내려가서 적들을 혼내 주는 거다.” 
.
미적거리는 병사들을 몰아 남한산성 북문을 나섰다. 험한 골짜기를 내려가 평지를 굽어보는데 조선인 포로들과 소, 말들이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저들을 구하고 취하자. 성 안에 있던 김류는 공격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현장 지휘관부터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김류는 용서가 없었다. 자신의 부하에게 칼을 내주며 망설이는 자를 참하라고 명령하니 결국 수백명 조선군 정예병들이 평지로 쏟아져 내려갔다 
.
영화 <남한산성>
그러나 함정이었다. 마치 낚시에 걸린 물고기를 힘차게 끌어올리듯 기병들이 쇄도해 왔고 뜰채로 건져내는 것처럼 쉽게 조선군의 목을 쓸어 담았다. 병력이 전멸해 가는 것을 보던 김류가 초관에게 후퇴 명령을 내렸지만 산성 올라오는 비탈길을 뛰어 올라오는 것도 숨가빠 죽을 지경이었다. 알토란같은 정예병 3백명이 목숨을 잃었고 장교들도 죽었다. 그런데 이 명령을 내린 김류는 엉뚱하게 초관에게 삿대질한다. “네놈의 후퇴 명령이 늦어서 저리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그 목을 쳐 버린다. 성 밖을 나갔다가 살...
김형민
김형민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273
팔로워 3.5K
팔로잉 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