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연환경을 ‘너무 사랑해서’ 이주했다는 이들을 가끔 만난다. 육지에서 섬으로 온 사람치고 그 이유 없는 경우는 드물지만, 누가 묻지 않아도 드러낼 정도라면 환경을 걱정하는 자신의 각별한 관심이 생업에도 겹쳐져 있을 거다. 일터나 SNS에 그런 느낌을 자욱하게 입히는 작가, 화가, 조각가, 바리스타, 베이커, 플로리스트 등등이 제주에는 많다. 좋은 현상이다. 나도 이곳의 자연을 좋아하면서 제주의 환경훼손 이슈에 관심이 커졌지만, 제주가 좋아서라기보단 도시가 싫어서 온 이유가 더 강하기에 열과 성을 다해 제주 예찬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툰베리 저리 가라는 에너지를 보유한 이들을 만나면 뜨뜻미지근한 내가 좀 부끄럽기도 하다. 초대받았을 때도 망설였다. 환경을 키워드로 강력히 연결된 이들이 마련한 마켓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기후위기 관련 퀴즈를 내고 선물을 주는 부스를 맡았다. 시골에, 낭만적인 카페에서 진행되었는데 곳곳에 ‘제로웨이스트’라는 문구가 나부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