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도 알아 보았듯, 사실 구소련은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컴퓨팅 하드웨어 실력에서는 미국과 비등하거나 약간 앞서 있었다. 그렇기에, 1970년대 이후 그들이 겪은 급격한 컴퓨터 산업과 반도체 기술에서의 몰락은 구소련 입장에서도 매우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1960년대 10년 동안 미국과 구소련의 컴퓨터 기술이 역전된 것은 앞서 언급한 IC의 대량 생산 기술 유무에서 갈렸다. 어디에서 갈리게 된 것일까? 미국은 IC칩 생산을 반도체 화학공정, 특히 연속 공정의 개념으로 접근했고, 소련은 이를 IC 칩의 수작업 개념, 특히 배치 (batch) 공정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분업화 시스템, OR (operational research), 고체물리학의 반도체 공정/소자/소재로의 파급 효과 등에서 이미 강점을 가지고 있던 당시의 제조업 강국 미국은 IC 칩의 제조 역시 최대한 자동화된 그리고 분업화된 시스템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이는 현대 반도체 화학 공정의 표준이 된 확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