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판 아마존이 나올 수 없었던 이유 2: 중국은 소련의 전철을 밟을까?

권석준의 테크어댑팅 인증된 계정 · 첨단과학기술의 최전선을 해설합니다.
2023/08/14
앞선 글에서도 알아 보았듯, 사실 구소련은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컴퓨팅 하드웨어 실력에서는 미국과 비등하거나 약간 앞서 있었다. 그렇기에, 1970년대 이후 그들이 겪은 급격한 컴퓨터 산업과 반도체 기술에서의 몰락은 구소련 입장에서도 매우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1960년대 10년 동안 미국과 구소련의 컴퓨터 기술이 역전된 것은 앞서 언급한 IC의 대량 생산 기술 유무에서 갈렸다. 어디에서 갈리게 된 것일까? 미국은 IC칩 생산을 반도체 화학공정, 특히 연속 공정의 개념으로 접근했고, 소련은 이를 IC 칩의 수작업 개념, 특히 배치 (batch) 공정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분업화 시스템, OR (operational research), 고체물리학의 반도체 공정/소자/소재로의 파급 효과 등에서 이미 강점을 가지고 있던 당시의 제조업 강국 미국은 IC 칩의 제조 역시 최대한 자동화된 그리고 분업화된 시스템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이는 현대 반도체 화학 공정의 표준이 된 확산 (diffusion), 증착 (deposition), 식각 (etching), 노광 (lithography) 같은 세부 공정에 대한 최적화로 이어졌다. 기밀해제된 CIA의 1970년대 보고서를 살펴 보면, 당시 소련의 스파이들이 가장 훔쳐오고 싶어 했던 기술 문서는 이러한 반도체 화학 공정 장비 설계도와 그에 들어가는 소재, 그리고 기계류의 매뉴얼이었을 정도였다.

만약 구소련이 1960년대 트랜지스터에서 IC칩으로의 전환을 미국보다 빠르게, 그리고 더 잘 해 낼 수 있었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단순히 소련이 더 먼저 아폴로 계획 비슷한 거대 과학 이벤트를 달성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넘어, 소련이 꿈꾸던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핵심인 계획경제의 OR 최적화가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었을 수도 있다. 이것은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다.

소련이 추구한 공산주의 핵심은 당과 정부가 국가의 가용한 모든 생산 자원을 동원하여 참여한 경제 주체들에게 최적의 생산을 하고 그 결과물을 분배하는 것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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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 방법을 토대로 자연과 사회를 해석합니다. 반도체, 첨단기술, 수학 알고리듬, 컴퓨터 시뮬레이션, 공학의 교육, 사회 현상에 대한 수학적 모델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반도체 삼국지 (2022)', '호기심과 인내 (2022, 전자책)'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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