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야근을 위해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사무실에 돌아와 앉아 좁은 모니터 속에 나열된 숫자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고, 낯익은 번호가 보였다. 회사 입사 동기였다.
"잠시 사무실에 나와 통화할 수 있어요?"
말 속에 말린 명태처럼 푸석함이 느껴졌다. 핸드폰을 귀에 대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오래간만에 동기와 통화를 했다. 그 친구는 나와 같이 수도권에서 계속 근무하다가 올여름에 처음 지방 발령을 받았다. 떠나기 전 만난 자리에서 북적대고, 시끄러운 곳에 벗어나 이제 조금 숨을 쉴 것 같다며 미소 짓던 모습이 아직 생생했다.
예상대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있었다. 다만 가족과의 심리적 거리로 인한 멀어짐을 두려워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진입한 아이와 그로 인해 지친 아내의 모습은 주말에 집에 가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왠지 나만 몸과 마음이 편한 것 같은 미안함이 들었다. 전에 나도 가고 싶다는 말을 기억했는지,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